예악에서 흥취까지, 선조들의 풍류에 젖다

‘여민동락(與民同樂) - 조선시대의 연회와 놀이’ 특별전 개최 송채현 기자l승인2018.06.07l수정2018.07.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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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교 박물관(관장=전경욱 교수)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시대의 연회와 놀이’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5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에는 왕실과 사대부가, 관가와 민가 등 각 계층이 어떻게 놀이를 즐겼는지 보여주는 60여 점의 그림이 전시된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고구려 수산리 고분벽화>를 감상하며 구불구불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조선시대의 갖가지 놀이를 한 폭에 담은 그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본교 박물관 소속 민태혜 연구교수와 함께 우리 선조들의 흥겨운 연회를 살펴봤다.

 

궁중연향, 예치(禮治)와 예악(禮樂)

▲ 서왕모가 곤륜산 요지에서 주나라 목왕을 맞아 연회를 베푸는 장면을 담은 <요지연도>

  “이번 특별전에서는 궁중에서 행해진 연향부터 서민들의 놀이 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민태혜 교수는 “조선시대 궁중연향은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군신이 화합하는 유교적 이상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자리로 인식됐다”며 왕세자의 책례(책봉 의식)를 기념해 그린 10폭 병풍 <요지연도>를 소개했다. <요지연도>는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곤륜산 요지에 초대해 연향을 베푸는 장면을 그린 상상도로, 굽실굽실한 연못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복숭아나무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과 나풀나풀 춤을 추는 두 여인의 모습은 악기와 춤, 노래가 빠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궁중연향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궁중연향도가 전시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상전에게 잔치를 올려드리는 ‘진연’ 장면을 그린 <진연도>가 보인다. 족자 형태로 전시된 <진연도>에서도 기본적인 궁중연향도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민태혜 교수는 “왕이 친림하는 행사의 경우 임금의 모습 대신 임금의 자리만 그렸다”며 전각(궁궐) 가운데에 있는 빈 어좌를 가리켰다. 대한제국시기에 그려진 <진연도>는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붉은색 옷을 입은 구식군대와 칼을 차고 있는 신식군대가 함께 도열해 있다는 점이에요. 또한 문 바깥쪽에 일본 헌병이 있고, 왼편에는 태극기도 걸려있죠. 대한제국시기 당시 우리나라의 정세를 반영하고 있어 주목할 만한 그림이랍니다.”

 

사대부의 연회, 풍류(風流)와 축원(祝願)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과거급제, 장수와 관련된 축수연 등 공적인 행사와 각종 사모임을 위해 연회를 열었다. <남지기로회도>는 남대문 밖 연못가에 만개한 연꽃을 감상하는 70세 이상 된 기로(耆老,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사람)들의 모임을 그린 작품이다. 전각 안에는 12명의 기로가 술상을 받고 있으며 오른편에는 시중을 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왼편에는 부모를 모시고 온 자식들이 점잖이 앉아있다. 민태혜 교수는 “이 연회에서도 노래와 춤이 절대 빠지지 않았을 테지만 유교적 관념으로 인해 생략됐을 것”이라며 “그림 밑에는 행사의 목적과 참여한 사람들의 신상을 기록한 좌목이 있는데, 이를 통해 행사의 성격을 자세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일축하 잔치를 그려낸 <경수연도>는 부모를 즐겁게 하려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식들은 생일을 맞은 부모를 위해 절을 하기도, 춤을 추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전각 속에 앉아있는 여성들과 왼편에서 비파와 피리를 연주하는 악공들 사이의 천막이다. 이는 당시 여성과 외간 남자가 한 공간에서 노는 것을 금기시했던 유교적 시대상을 반영한다.

 

관가와 민가의 잔치, 흥취(興趣)와 동락(同樂)

▲ 19세기, 외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용 기념품으로 대량 제작된 <조선풍속도>

  관아의 행사는 관의 행사인 동시에 백성이 함께 즐기는 상하동락(上下同樂)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경기감영도>는 서대문으로 들어가는 길의 아름다운 산세를 정교하게 그려냈다. 그림의 하단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취고수(임금의 어가나 현관들의 행차를 따르는 악대)와 세악수(조선후기 군영 소속의 군악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민태혜 교수는 “당시 군대에 소속돼 있어 돈을 벌 수 없던 세악수들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민간 행사에 참여해 돈을 벌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시장의 마지막 부에는 당시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한 장면씩 담은 <조선풍속도>가 전시됐다. 이전시기와 달리 이 그림을 감상하거나 소유하는 주체는 ‘조선의 모습을 기념하고자 하는 서양인들’이었다. 고운 물감으로 채색된 <조선풍속도>는 줄타기하는 모습, 칼춤 추는 모습, 바둑 두는 모습, 승경도와 윷놀이 하는 모습, 사당패의 모습 등 당대 사람들의 일상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냈다. 동기들과 함께 전시장을 꼼꼼히 둘러본 황동규(사범대 국교17) 씨는 “구비문학교육론 시간에 배운 그림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며 특별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글|송채현 기자 cherish@

사진제공|본교 박물관

송채현 기자  cherish@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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