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본교 정책대학원 최고위과정의 일환으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강연이 열렸다. 3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강연은 ‘유엔과 세계시민정신’을 주제로 1시간 가량 이어졌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2016년 12월을 끝으로 10년간의 UN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 국제올림픽위원회 윤리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강연자로서 고려대에 두 번째 방문”이라며 “여러분들과 세계시민정신을 함양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소감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우선 세계시민정신을 정의하고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반 전 총장은 “세계시민정신은 글로벌 시민으로서 평화롭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정신”이라며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후세들에게도 물려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도자들이 세계시민정신이 부족할 때 전쟁, 이상기후변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지도자들은 공동사회에서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반 전 총장은 UN사무총장으로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덕목을 제시했다. 그는 겸손과 성실, 미래지향적 리더십, 소통을 통한 갈등 조정, 통합적 사고, 열정과 배려 다섯 가지를 밝혔다. 특히 수단의 물 부족 문제를 사례로 들어 미래지향적 리더십과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수단에 열대 몬순(여름철에는 우기를, 그리고 3~4개월의 건조기를 갖는 열대계절풍기후)이 사라진 것은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물 쟁탈전 등의 정치 문제로 이어졌다”며 “기후 변화 등의 문제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미래를 고려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반기문 전 총장은 배려심 없는 열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높은 이상을 갖고 열정을 쏟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라면서도 “배려심 없이 열정만을 중시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국제 정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반기문 전 총장은 현재 북한과의 평화 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냉철한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제네바 합의 등의 수많은 비핵화 관련 협의가 있었음에도 북한이 약속을 깼었다”며 “지금 분위기에 가슴은 흥분해도 머리는 냉철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영(미디어17) 씨는 “질의응답 시간에 현안과 관련된 논의가 인상 깊었다”며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강연을 통해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배웠다”고 강연 소감을 밝혔다.

 

글│김인철 aupfe@

사진│김도희 doy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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