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공기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 날들의 연속이다. 옆 사람과 스치기만 해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완연한 여름이라는 증거다. 종로 3가역 6번 출구에서 8분 남짓 걸으면 나오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는 한여름의 불쾌지수를 낮춰줄 공간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길 끝,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파란 간판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내부가 한 눈에 보인다. 하얀 벽에는 각종 조리 도구들이 걸려있고 선반에는 물기를 머금은 그릇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판매대는 색색의 아이스크림으로 가득하다. 가게에서 선보인 오늘의 맛은 쌀과 복숭아를 비롯해 총 7가지. 메뉴는 매일 바뀌니 기회가 되면 두부나 막걸리, 깻잎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처음 듣는 메뉴에 영화 <해리포터> 속 ‘온갖 맛이 나는 젤리’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혹여나 영화처럼 괴상한 맛이 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곳 아이스크림은 순한 맛이 일품이니.

  ‘녹기 전에’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는 것이다. 대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 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향이 기분 좋게 퍼진다. 쌀 알갱이를 씹는 재미도 있다. 복숭아 아이스크림은 복숭아 특유의 새콤달콤함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달콤 쌉싸름한 로즈티 아이스크림은 담백함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손님들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박정수(남·30) 씨의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피어있다. 그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그저 ‘아이스크림이 좋아서’다. “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아야하지 않겠어요?” 그래서인지 가게 곳곳엔 박 사장의 애정이 묻어난다. 냉장고 옆면엔 레시피가 빼곡 적혀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도 눈에 띈다. 요즘처럼 더운 날 한 손에 아이스크림 들고 한옥마을을 거니는 것은 어떨까.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먹는 것도 잊지 마시길.

글·사진│정한솔 기자 s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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