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존폐 논란, ‘벼랑 끝’ 총여학생회

변은민 기자l승인2018.08.13l수정2018.08.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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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총여학생회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재개편에 충실히 임하겠습니다.” 지난 6월 18일 연세대 총여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와 같은 입장문을 게재했다. 지난 5월 연세대 총여학생회(총여)가 은하선 작가 초청강연을 강행하자 연세대 학생사회 사이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에 총여 재개편에 대한 학생총투표까지 치러지기까지 했다. 총여는 대학사회에서 여학생 인권 신장을 위한 페미니즘 운동과 학내 여학생 복지 향상사업을 표방하는 단체다. 하지만 연세대를 포함한 여러 대학 총여들이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이며 존립에 위기를 맞고 있다.

연세대에서 불 붙은 총여 논쟁

  총여는 1980년대 남초(男超) 집단이었던 대학 내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극복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총여는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총학생회(총학)에 대응해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국내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던 페미니즘 담론을 공부하며 활동했다. 현재 총여는 대학마다 학생사회에서 갖는 지위와 구성원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 여학생들로만 구성되며 총학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총여학생회장과 부회장을 투표할 때에도 여학생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다.

  여학생의 인권을 신장시킨다는 취지로 지금도 총여는 대학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총여가 갖는 권한과 추진하는 사업의 편향성이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결과 몇몇 총여들은 존재의 정당성까지 위협받으며 존폐 위기에 처한 상태다.

  지난 3개월간 연세대에선 총여를 둘러싼 학생사회의 갈등이 극심하게 표출됐다. 발단은 지난 5월 24일 연세대 총여가 중심이 돼 기획한 작가 은하선 씨의 강연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은 씨가 ‘남성혐오를 조장하고 신성 모독을 자행했다는 점’을 이유로 강연 개최를 반대하고 나섰다. 총여가 은 씨 강연을 강행하고, 사회과학대 부학생회장이 반대 시위를 하는 학생을 단체 채팅방에서 조롱하는 일이 벌어지자 그 반발로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퇴진 및 재개편 서명운동’이 진행됐고 총여를 둘러싼 학내 갈등이 촉발됐다.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퇴진 및 총여 재개편 추진단’(추진단)은 “은하선 작가의 강연 진행은 총여의 독단 행위”라며 “총여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재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진단은 전체 학생의 10분의 1 이상인 2806명의 재개편 서명을 받자, 총여의 명칭을 ‘학생인권위원회’로 바꾸고 투표권을 여학생만이 아니라 전체 학부생에 부여할 것을 골자로 한 재개편안을 요구했다. 이에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안건으로 총투표를 실시했다.

  총투표는 재적인원 55.16%의 참여, 투표 인원 82.28%의 찬성으로 가결돼 표면적으로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개편안의 구체화 방향을 두고 학내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김세영(연세대 문화인류학17) 씨는 “총여학생회 유권자 범위를 넓히면 총여도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수자인 여성의 의견이 묵살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위한 독립적 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세대 사회과학대 재학생 A씨는 “남학우보다 여학우들이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권차별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총여가 총학 산하로 개편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존재 정당성 흔들리는 총여

  이처럼 연세대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대학의 총여가 폐지 혹은 규모 축소 과정에 있다. 역설적이게도 과거에 비해 대학 내 여학생 수가 증가한 것이 총여 위기의 배경으로 꼽힌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1980년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 남녀 비율은 약 7대 3으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작년 기준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 중 54%가 여학생으로, 남학생의 비율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대학 내에서 여학생이 여전히 소수자인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김상훈(경희대 국제16) 씨는 “대학 안에선 제도적으로 여학생의 권리가 남학생에 비해 제한되는 사례가 딱히 없기에 총여의 존립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경영대 재학생 B씨는 “대학은 학생이라는 지위 덕분에 기성사회보다는 안정적이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취약점이 끊임없이 도출된다”며 “성범죄 가해자뿐 아니라 학생 대표자들 수만 봐도 남성이 많다”고 총여의 의의를 강조했다.

  총여가 학생회비를 집행하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도 총여 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남학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들이 내는 학생회비를 여학생들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남학생이 낸 학생회비도 사용하면서 투표권과 피투표권을 여학생들로만 제한하는 것도 논란이 됐다. 연세대 이과대 재학생 C씨는 “총여학생회가 학생회비를 쓰는 게 남학생들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며 “여학생에게만 따로 회비를 걷어서 운영하면 여학생들을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감리교신학대 총여학생회는 “‘학생회비 일부 사용’이 과연 ‘불공평’을 논할 수 있는 부분인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총여학생회가 여학생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곳이라 생각하지만 총여학생회는 모두가 평등한 학내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문화사회연구소 김성윤 소장은 “많은 남학생들의 경험 체계에서는 여성들이 어떤 억압을 견디면서 살고 있는지 공감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청년층에게 총여학생회는 누군가의 몫을 빼앗아가는 제도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딜레마 빠진 총여, 학내 불평등 해소 힘써야

  학내에서 총여의 활동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부분 대학의 총여는 생리대 자판기 설치, 생필품 마련사업과 같이 논란의 여지가 적은 복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총여와 총학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훈 씨는 “현재 총여에서 하는 활동 대부분은 총학 혹은 인권센터에서도 추진 가능하다”며 “굳이 독립적으로 총여를 존속시키기보다는 총학 산하 기구로 개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총여 측은 “총여는 독립된 중앙기구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총여는 “총여학생회가 중앙기구로 있음으로서 학교에 공식적이고 직접적으로 여학생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며 총여가 독립을 유지해야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총여 내부적으로도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 복지사업, 두 가지 방향의 활동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유현영 전 수원대 총여학생회장은 “총여의 존속을 위해선 여성주의 담론보다는 복지와 관련된 세심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방법을 택해야 하다 보니 여성주의 운동이 부족해지고 총여만의 색깔을 갖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총학과 구분되는 총여만의 정체성으로 단순히 여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학내 불평등 문화 개선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은 “총학과 구분된 별도의 조직으로서 총여는 단순히 여학우를 대표하는 기구가 아니라 학내 성별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는 기구로서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학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을 매개로 한 차별과 불평등, 폭력을 가시화해 차별의 일상성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총여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지만, 이러한 독립적 존재의 이유가 곧 폐지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2018년 현재 총여가 맞닥뜨린 대학사회의 현실이다.

 

글|변은민 기자 silverly@

사진제공|연세춘추 

변은민 기자  silverly@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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