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학내 여성인권과 총여학생회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민서(연세대 간호16), 본지 기자, 김금태(포항공대 전기전자13), 윤동민(미디어16), 안효원(정경대 경제15)

  최근 연세대 총여학생회(총여) 사태가 화제가 되며 대학 내 여성인권과 총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학내 여성인권 실태와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는 김금태(포항공대 전기전자13) 씨, 송민서(연세대 간호16) 씨, 윤동민(미디어16) 씨, 본교 여학생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안효원(정경대 경제15) 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대학사회에 여성인권 신장을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어떤 기구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 차이를 보였다.

 

  - 과거보다 대학 내 여성인권은 신장됐는가

  김금태 | “최소한 5년 전에 비해선 여성인권이 많이 신장됐다. 5년 전 새내기였을 때엔 학생들이 술자리에서 러브샷을 시키는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 전반적으로 성 인지 수준이 높지 않았던 그 때보단 확실히 많이 나아진 것 같다. 20대가 타 연령대에 비해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의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포항공대는 여학생들이 적다 보니 술자리에서 여학생들을 일부러 나눠 앉히는 등의 악습이 잔존하고 있다. 여전히 여성을 소비하는 문화가 남아 있고, 성 인지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학생 전체로 퍼지지는 못한 것 같다.”

  안효원 |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가 다시 사그라들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활발한 논의와 함께 여성인권이 신장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2000년대 후반 잠시 정체기를 겪었고, 최근 들어 다시 여성인권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성범죄에 관련된 인식은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이전엔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면서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공론화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윤동민 | “예전에 비해 대학 내 여성의 성비가 늘면서 표면적으론 여성인권이 많이 신장됐다고 느낀다. 차츰 여성인권이 정상화돼 가곤 있지만 과거가 워낙에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많다고 생각한다. 성범죄 피해자중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 90년대와 비교하면 대학 내 남녀 성비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오늘날에도 총여는 필요한가

  송민서 | “과거에 총여가 필요했던 이유는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소수자였던 여성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남녀 성비 균형이 맞춰지면서 더 이상 여성이 절대적 소수자가 아니게 됐다. 이에 연세대 총여의 경우 몇 년 전부터는 장애학생이나 비건 등 다른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하며 변화를 모색해 왔다. 요즘은 총여가 여학생뿐 아니라 다른 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금태 | “여성이 아닌 다른 소수자를 위한 활동은 소수자인권위원회가 할 수도 있고, 총학생회가 복지사업으로 할 수도 있다. 총여는 그 정체성에 맞게 회원인 여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기구여야 한다. 포항공대의 경우엔 여전히 여성이 수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학교의 경우엔 학생들이 효용성을 느끼지 못해 폐지됐거나, 장기간 공석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효원 | “총여의 대안으로 여학생위원회가 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총학생회 산하 기구다 보니 한계가 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학생위원회가 개입하는 데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총여가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면, 총여를 폐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성비가 비슷해졌다는 것이 여성인권이 충분히 신장됐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 총여가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하나

  김금태 | “총여는 여학생을 위한 기구인 만큼 그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여성을 위한 복지와 장애인, 소수자를 위한 복지는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소수자를 위한 활동은 총여 외의 다른 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확실하게 총여의 역할을 좁히고, 다른 단체와 분리할 필요가 있다.”

  안효원 | “여성주의 활동과 여성복지 사업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총여 활동이 복지사업에 치우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여성과 소수자에 관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 역시 총여가 수행해야 할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 총여는 페미니즘 의제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는가

  윤동민 | “대부분의 학생들은 갓 성인이 됐기 때문에 젠더 문제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돼있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학생들로 구성된 총여가 특정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스로 고민하고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김금태 | “총여는 전체 여학생을 대표하는 단체인 만큼 어떤 특정한 노선도 택해선 안 된다. 페미니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토론회를 열고, 관련 서적을 대여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안효원 | “페미니즘 의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내 여성 인권을 대변하는 단체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몇몇 총여가 급진적 페미니즘이라는 비판에 직면에 있는데, 총여에 적용되는 사상적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및 소수자 인권과 거리가 먼 주제로 논쟁이 지속된다면 활동에 많은 제약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

 

  - 여학생 인권보장기구으로서 총여는 최선인가

  송민서 | “유지 가능하다면 총여가 가장 좋은 형태의 인권보장기구라고 생각한다. 여학생위원회와 같은 총학생회 산하 기관은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여가 학생회비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만 있다면 산하기관으로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안효원 | “총여는 여전히 필요하고, 만약 해소되더라도 그 주체는 여성이 돼야 한다. 고려대의 경우 여학생위원회와 각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총여의 역할을 대신하기엔 집단의 규모와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의 차이로 인한 한계가 있어 총여가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윤동민 | “최근 인권에 대한 의제가 여성에서 장애인, 성 소수자로 점점 커져가고 있다. 따라서 총여보다는 다양한 인권 의제를 포괄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총여의 존재 정당성에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총여 측의 마땅한 대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구를 억지로 유지하기보다는 총여의 역할까지 포괄할 또 다른 인권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글 | 박연진 기자 luminous@

사진 | 고대신문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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