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흡연권을 보장해달라는 흡연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담뱃값이 대폭 인상되고, PC방·만화방부터 음식점까지 대부분의 실내공간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금연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내외를 막론하고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흡연자들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해달란 목소리 역시 만만찮다.

 

  여전한 흡연권, 혐연권 갈등

  점심시간이 되자 정대 후문에 마련된 공간인 일명 ‘담배나무’에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태운다. 본교엔 정대후문을 비롯해 국제관 옆 샛길, 홍보관 앞, 민주광장 등 암묵적인 흡연공간이 있다. 지나가던 학생들은 담배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찌푸리곤 한다.

  흡연자들은 이 공간 외에 흡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14학번 A씨는 “담배나무와 민광에서 종종 담배를 피우는데, 아무래도 통행로와 인접해있으니 눈치가 보인다”며 “학교에서 흡연구역을 지정하거나 투명 칸막이라도 설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두하(문과대 사회18) 씨는 “흡연 장소가 마땅찮은 것은 이해하지만 지나갈 때마다 담배 냄새를 맡아야 하는 게 좋지는 않다”며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쪽의 의견을 충족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채택한 담배규제 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에 비준한 후 금연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해당 조약엔 △담배수요 감소를 위한 가격 및 조세조치 △담배연기에의 노출로부터 보호 △담배제품의 포장 및 라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FCTC 8조 ‘담배연기에의 노출보호’ 조항 이행을 위해 금연구역이 증가함에 따라 흡연자들의 불만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공주(상지영서대 행정경찰학과) 교수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흡연권을 규제할 수 있지만 과잉금지의 원칙에 맞아야 한다”며 “흡연이 마약처럼 범죄로 지정된 것도 아닌데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보호권을 과하게 침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러한 흡연권 제재에 헌법·법률상 문제는 없다고 평가한다. 차진아(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연권은 헌재에서 판시한 것처럼 생명권, 건강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흡연권 보다 상위에 있는 기본권”이며 “흡연권도 기본권이지만 간접흡연으로 비흡연자에게 해를 입힌다면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강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현행법에선 흡연권은 매우 제한하며 혐연권은 더욱 강력하게 보호하려는 입장”이라며 “이 문제를 종교를 갖거나 갖지 않을 권리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흡연카페 규제, 과잉금지인가

  2017년 이후로 흡연 가능한 실내공간은 일부 술집과 나이트클럽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6월 29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제6조2항이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흡연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일컬어지는 ‘흡연카페’도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흡연카페는 일반 카페와 비슷하게 영업하지만, 업종 신고만 다르게 해서 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구역인 일반음식점영업소와 똑같이 음료 제조 및 서빙하며 업종 신고만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최초 흡연카페인 ‘윈윈코리아’는 현재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윈윈코리아 황기주 대표는 “흡연카페는 자판기에서 손님이 스스로 음료를 만들어 먹도록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편법이 아니다”라며 “흡연자들이 편하게 담배를 필 수 있는 곳마저 규제하는 것은 흡연자들의 권리를 최소한으로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흡연카페 규제의 또 다른 이유로 간접흡연 피해를 꼽았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실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간접흡연을 현재 기술로서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또한 “흡연자도 간접흡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흡연카페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본인의 흡연 외의 간접흡연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률전문가들은 흡연카페 금연구역 지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차진아 교수는 “가족들과 위 아래층 주민에게 간접흡연 위험이 있어 아파트 내 흡연 규제도 헌법상 문제가 없다”며 “흡연카페도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성신여대 스모킹카페 점주인 정해린(여·28) 씨는 “특허를 받은 토네이도 환풍기를 설치해 환기 시스템과 위생 관리에 최선을 다한다”며 “위층이 가정집인데 한 번도 민원이 들어온 적 없다”고 말했다. 흡연카페를 이용한 적이 있는 송지원(자전 경제16) 씨는 “편하게 실내에서 필 수 있고 생각보다 환기 시스템이 잘돼있어서 좋았다”며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야 간접흡연 피해도 줄어들 텐데 흡연카페마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연구역은 확대…규제 수위는 논의 필요해

  논란이 있지만 금연구역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12월 기준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총 25개 자치구의 실내 공중이용시설 금연구역과 실외 공공장소 금연구역은 총 26만5113곳으로 2016년에 비해 2만443곳 증가했다. 특히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 버스정류장 10m 이내, 유치원 및 어린이집 10m 이내, 강남대로 등 서울시 조례로 지정된 실외금연구역은 1만9201곳으로 작년에 비해 716곳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지정된 금연구역이 약 26만 곳이지만 흡연구역은 실내흡연시설 6293곳, 실외흡연시설은 59곳으로 총 6352곳에 그친다.

  흡연자가 많은 공간에 흡연시설을 설치하려고 해도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장소를 확보하는 것부터 민원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서울시에서 흡연시설 설치 예산을 확보해 자치구에서 신청하도록 했지만, 최종적으로 4개 밖에 설치되지 않았다. 성북구청 보건소 관계자는 “민원이 워낙 많아 앞으로도 추가설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건강증진과 장수 주임은 “흡연 부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만, 막상 지으려고 할 때는 폐지, 이전 요청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연구역을 중심으로 흡연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4월 6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용자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해 어린이집과 같은 예외를 인정하되, 금연구역에 한해 흡연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경민 의원실 측은 “밖에서 흡연하는 흡연자가 늘어나면서 이동하는 보행자가 간접흡연에 시달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며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금연구역에 흡연실 설치를 의무화해 혐연권과 흡연권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교수는 “흡연의 경우 흡연자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타인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통제는 정당하다”며 “다만 흡연이 위법은 아닌 만큼 어느 정도의 제한이 적절할 것인지 그 강도 및 방식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김예진 기자 starlit@

사진 | 고대신문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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