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들어온 500여 명의 예멘 난민에 대한 수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격적인 반응을 드러내는 것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인격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는 일부 시민의 태도는 수긍하기 어려웠다. 난민 수용에 긍정적인 한 사람으로서, 현재의 우리나라는 난민들을 지원할 여유와 근거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세계 순위권의 경제 대국인 한국은 난민을 수용할 경제적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난민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먹고 살기 어려운데 외국인인 난민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반대론자의 말대로라면 모든 국가적 역량은 자국 서민들의 삶을 향상하는 목적에만 우선적으로 동원되어야 하는 것인가? 6.25 전쟁 때 다른 나라들은 모두 먹고사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를 도와준 것일까? 이미 작년 한 해 17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이 보건복지 부문에 책정되었고, 이는 더 늘어날 여지가 있었다. 반면 논란이 된 난민 생계비 관련 예산은 약 8억 원에 불과했다.

  두 번째로, 난민들의 문화적 이질성이 한국 사회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우려에 의문이 든다. 예멘 난민이 화제가 된 뒤 난민들의 주 종교인 이슬람교에 대해 퍼진 가짜뉴스와 오해는 심각할 정도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거주하며 이슬람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본 다수의 사람들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들이 과장되거나 거짓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24만 명을 넘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교 신자는 15만 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외국인이나 무슬림에 의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 사례는 없다. 한국은 이슬람교나 난민과 동떨어져 있는 국가가 아니며, 500명의 난민을 수용할 문화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난민에 관해서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난민들이 떠나온 예멘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예멘은 현재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이 1만 명을 넘었고, 전쟁으로 악화된 기근과 콜레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예멘 난민들에게는 난민 인정 여부가 자신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절박한 문제가 되고 있다. 난민 수용 문제는 이러한 인도주의와 현실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면 될 문제지, 혐오와 감정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이정환(문과대 불문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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