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광장 지하 인문사회계 건강센터 내부에 설치돼 있는 자동제세동기

  “200줄 차지, 물러서! 샷!” 의학 드라마에서 심정지 환자의 가슴에 제세동기를 대고 충격을 가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동제세동기의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에너지를 충전하지만, 자동제세동기는 스스로 심장 리듬을 분석해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자동제세동기는 학교, 아파트, 지하철 역 등 우리 주위에 있으나, 정확한 사용방법과 위치를 파악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치돼 있어도, 몰라서 사용 못해

  자동제세동기라고도 불리는 ‘자동심장충격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AED)’는 심정지 환자에게 강한 전류로 심장을 완전히 멈추게 한 후 다시 정상박동을 찾게 하는 기계다. 급성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과 함께 AED를 사용할 경우 생존율이 약 5배 증가해 전문가들은 “AED가 주변에 있다면 반드시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AED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시민은 소수다. 한국소비자원이 2017년 발표한 ‘자동심장충격기 인식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65세 미만 남‧여 1000명 중 206명(20.6%)만이 ‘현재 거주지 또는 인근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 설치 여부와 위치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AED의 위치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대체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AED 의무 설치 대상인 성북구 내 500세대 이상 아파트 30곳을 조사한 결과, 3곳을 제외한 27개 아파트는 AED를 입주민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관리사무소와 경비실 초소 내에 설치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비용을 고려한 현실적 문제가 작용했다.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생활안전팀 최주승 대리는 “왕래가 잦은 아파트 1층마다 AED를 설치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200만 원 가까이 하는 AED를 많이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차선책으로 관리자가 입주자에게 AED 위치를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캘리포니아는 건물 소유주가 입주자에게 1년에 1회 이상 AED 위치를 고지하고 희망자에게 사용법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제도를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건 교육과 지속적 관리

  AED는 전원버튼을 누르면 음성을 통해 사용법을 순서대로 알려준다. 음성안내에 따라 처치하면 되지만, 응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영광소방서 홍농119안전센터 김태현 소방사는 “음성 안내를 듣더라도 환자에게 해를 가할까봐 무서워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도록 해 환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동심장충격기 안전‧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AED 교육 이수 비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설문에 참여한 1000명 중 233명(23.3%)만이 AED 교육이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도봉구청 의약과 윤종수 주무관은 “AED는 사용법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심장충격을 가할 때 환자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면 감전된다”며 “처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설치 후의 지속적인 관리도 강조된다. AED에 들어 있는 패드는 1회용이기에 한 번 사용하면 바로 교체해야 하고, 사용하지 않더라도 약 2년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사용가능하다. 기계 안의 배터리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꿔 끼워야 한다. 윤종수 주무관은 “AED를 한 번 설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를 지정해 비상시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 AED 설치 현황은

  본교 캠퍼스 내에 설치된 AED는 2대로 중앙광장 지하 인문‧사회계 건강센터와 하나스퀘어 지하1층 자연계 건강센터에 위치해 있다. 본교 기숙사에는 구관 여학생동과 남학생동, 글로벌 하우스, CJ인터내셔널 하우스에 각 1개씩 총 4대가 설치돼 있다. 본교 주변의 지하철역인 안암역과 고려대역도 1대씩 보유하고 있다.

  AED 개수에 대한 기준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본교의 AED 설치 현황에 대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김정철 대구 중부 소방서장은 “고려대의 경우 안암병원과 지하철역이 인접해 있다고 하지만 AED 적용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율이 7%씩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2대는 적은 수”라며 “유동인구가 많은 점을 생각해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AED 개수를 추가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본교에 설치된 AED의 관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문‧사회계 건강센터 관계자는 “AED 구입처에서 배터리나 패치의 교체가 필요할 때마다 알려준다”며 “AED가 잘 작동하는지 시행해보고 그 결과를 회신한다”고 전했다. 다만, 교내에 설치된 AED 위치를 알고 있는 학생은 드물다. 장환석(공과대 신소재17) 씨는 “AED가 건물마다 하나씩 있을 것 같은데,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들이 AED를 실용성 있게 활용하기 위해선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순천향대나 경일대 등 일부 학교는 신입생들에게 심폐소생술과 AED 교육을 의무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최주승 대리는 “심폐소생술과 AED 교육이수를 학점이나 봉사시간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면 AED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AED의 중요성과 사용방법, 설치된 위치에 대한 교육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송채현 기자 cherish@

사진 | 고대신문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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