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경 부산경상대 교수·부동산경영학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회적 약자 보호’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개정된 상가임대차법(이하 상가법) 시행령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시행령은 첫째 상가법의 적용범위를 정하는 환산보증금을 지역별로 50%이상 인상하여 서울의 경우는 6억1000만원 이하로 그 범위를 확대한 것이고, 둘째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기존 9%에서 5%로 인하하여 임대료의 인상폭을 제한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2002년에 제정된 상가법의 근간은 경제적으로 임대인은 강자 임차인은 약자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불균형한 지위에서 출발한 임대차계약이 공평해지도록 많은 조항들을 여러 차례 개정해오고 있다. 최근 개정논의 중인 상가법에선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대차존속기간을 10년으로 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 발생한 서초동 궁중족발집 사건은 상가법 개정 필요성에 관한 대중의 공감대를 다시 촉발시킨 계기가 되었다. 8년간 같은 장소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면서 임차인은 상권을 활성화 시키고 이제야 겨우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려는 시점에서 임대인이 월임대료를 3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400% 인상을 제시하면서 나가라고 한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최소 8.6년의 임차기간은 보장돼야 임차인이 투하자본 등을 회수하여 권리금을 수령하지 않아도 만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교법적으로도 프랑스의 최단임대차기간 9년 보장과 영국과 일본의 임대차존속규정은 최단임대차기간의 확장이 필요하다는데 힘을 싣고 있다.

  그렇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출발한 상가법의 개정방향이 양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미 2015년 상가법 개정에서는 가장 이슈가 되었던 임차인의 권리금회수기회 제공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면서 임대인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를 위반할 경우 임대인이 권리금 상당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임차인의 권리보호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이 임차인의 권리금보호규정이 졸속으로 만들어져 사실상 권리금의 표준산정규정조차도 미비하고,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 적용사례들도 축적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궁중족발집 사건을 계기로 임대차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는 것이 임차인의 안정적 영업과 권리금을 보호하는 최선이라 여기는 것은 성급한 입법태도가 아닐까 한다. 반대의 경우 쇠퇴상권의 상가임차인이 자신이 경영하는 상가에 신규임차인을 찾지 못해서 권리금은 차치하고라도 매월 임대료 등 손실이 발생되면서 계약기간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현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각도에서 본다면 계약기간을 장기로 하는 것만이 만능 해결책이 아닌 것이다.

  필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꼭 5년보다 더 임차기간을 연장 확보해야 한다면 현재 최장 5년의 임차기간을 유지하되, 임차인의 청구에 따라 추가 2년의 범위 안에서 새롭게 시세에 맞는 임대료산정을 통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함과 동시에 권리금을 산정한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여 2년씩 2회까지 연장가능한 점진적 방안을 제시해 본다. 또, 상가 권리금은 대부분 고액이고, 임대인의 지불능력여부에 따라 다툼이 생길 수 있기에 권리금에 관한 보험제도의 신설도 강구할 시점이라 본다. 더불어 지금까지 상가법의 영역에 포함되지 못한 전통시장의 영세상인, 국·공유재산의 임차인, 영리사업을 하지 않는 사회복지시설도 보호의 범주에 넣어서 경제적 약자 배려에 누수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차계약기간 10년을 보장하자는 근본적 취지는 무엇일까? 10년간 임차인이 점포를 운영하면서 투하한 자본, 시간과 노력과 노하우에 대한 보상, 영업이익 등이 모두 충족되어 더 이상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불만이 없는 생태적 만족의 한계시간을 의미한다고 표현하면 정답일까? 만약 10년이란 기간 보장만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경제적 괴리가 축소되고 공평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법조항을 고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일은 조화롭고 유기적으로 상호연결과 소통이 될 때 발전되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입장을 이해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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