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로 1년 넘는 시간 활동했지만, 경험이 쌓여도 여전히 기사 도입부를 쓰는 건 어렵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도입부를 쓰는 게 어려운 이유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신선함이 담겨 있어야 독자들을 기사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 인용문이나 ‘내러티브’ 서술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보도가 되지 않는 선까지만 활용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성 언론사 기자들도 독자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지 고민할 것이다. 다른 언론사들보다 더 신박하고 눈에 띄는 내용을 보도해야 수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에, 어떤 내용을 보도하더라도 타 언론사는 취재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취재하려 애쓴다. 이렇게 언론사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보도 경쟁이 불붙으면 대중이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경쟁이 선을 넘게 되면 언론사들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도를 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지난 7월 24일 노회찬 의원 사망사건에 관한 한 종편 방송의 보도에서 이 부작용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 방송은 노 의원 사망 후 시신을 운반하던 구급차량을 6분간이나 따라붙어 생중계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차량이 신호에 걸렸을 땐 해당 구급차량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기도 했다. 대부분 방송이 사망 장소와 사망 경위에 대해서만 보도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도였다.

  언론계는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한 질타와 함께 기존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으로 개정했다. 이 권고기준엔 기사 제목에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과 구체적 자살 방법을 보도하지 않을 것,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할 것이 명시돼 있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사실을 보도하면서도 보도윤리를 어기지 않기 위해선 이번처럼 언론이 더 많은 보도 영역에서 함께 합의해 보도권고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언론계의 반성과 변화 약속이 담긴 이번 개정은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진현준 대학문화부장 perf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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