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방영을 시작한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부터 최근 화제를 몰았던 채널A의 ‘하트시그널 시즌2’까지 대한민국은 지금 ‘관찰 예능’ 열풍이다. 지난 6월 15일 13부작으로 종영한 하트시그널 시즌2는 ‘시그널 하우스’라는 공동 주거공간에서 펼쳐지는 청춘남녀 여덟 명의 ‘썸’ 이야기를 다룬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얽히고설키며 수줍게 사랑을 표현하고, 때론 질투의 눈빛을 보내는 모습에 열광했다. 아마 프로이트가 봤다면 이는 타인의 행동을 들여다보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 즉 ‘관음증(voyeurism)’의 산물이라 말했을 것이다.

  최근, 인기와 더불어 한편에선 관찰 예능이 가지는 관음적 성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중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침범하는 것과 다를 게 없고, SNS에서 불특정 다수에 의해 그들의 일상이 공유,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性)의 영역에 국한되던 관음에 대한 해석이 사생활을 포함한 영역까지 퍼진 것이다. 하지만 관찰 예능은 시청자와 출연진, 그리고 제작진 사이에 일정 부분의 관찰 및 촬영행위가 합의된 영상이다. 이는 방송제작의 한 방식일 뿐 불편함을 끌어내는 도구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관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에 과하게 몰입돼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놓치고 있진 않나 싶다. 2015년 첫 방송 된 Comedy TV의 ‘맛있는 녀석들’은 방송 직후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푸드 포르노’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청자가 출연자들의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을 ‘포르노’에 비유한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관음’의 부정적 뉘앙스에 매몰돼 본래 ‘기획의도’인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결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의 가치를 과소평가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몰카’처럼 관음이 명백히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는 시대에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합의된 관음’을 예능의 ‘기획의도’로 봐주는 건 어떨까?

류동현 기자 heo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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