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자동차 보닛(bonnet) 위에 날계란을 올려놓으면 계란이 금방 익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다. 거리에는 반팔 티에 반바지를 입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간편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차림이 꽤 시원해 보인다. 반면에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하고 막힐 정도로 넥타이를 꽁꽁 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결혼식과 같은 큰 행사에 참석하거나, 중요 인사들과 함께 공식 회의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직업특성상 넥타이를 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한 예로 재판을 하러 법정에 나가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넥타이를 맨다)일 텐데, 자유롭지 못한 복장에 얽매인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느낌마저 든다. 우리의 일상은 늘 이런 식으로 반복되어 온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7월과 8월, 드디어 대한민국의 휴가철이 다가왔다.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맞이했고, 직장인들은 7월 말과 8월 초 본격 여름 휴가철을 맞이했다. 비록 관광명소의 숙박시설은 일제히 ‘성수기’라는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고,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도 평소 가격의 배가 되기도 하며,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기도 하는 등 다소 불편한 점들이 있지만, 짧은 기간이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휴가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일 테다. 평소 보지 못했던 바다의 경치를 보거나, 계곡의 시원한 폭포 소리를 듣거나, 산에 올라 녹음에 둘러싸여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등 본인이 꿈꿔왔던 휴가 활동을 상상을 해보라. 쳇바퀴 돌 듯 진행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주어졌을 때 그 삶은 더 풍요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또는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휴가를 제대로 보낼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휴가를 보낸다는 것이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짧은 기간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본인만의 휴가를 보내 보자. 프랑스어로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 그 어원이 라틴어인 바카티오(vacatio)로서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비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학업, 취업준비 등 여러 관문들을 통과하느라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연속이었을 수 있는데,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피로를 비우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다시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때론 일을 떠나서 잠시 쉬어라. 돌아왔을 때 더 분명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것처럼, 잠시 일에서 떠나있을 때 그동안 바쁜 일상에 치여 살펴보지 못했던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모처럼 찾아온 휴가철에 잠시나마 일을 잊고 그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燁>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