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순환 셔틀버스는 한 학기의 시작과 함께 운행을 시작해 계절학기와 하계대학이 끝나면 잠시 멈춘다. 순환 셔틀버스는 학기 중 일 53회, 방학 중 일 20회 승객들을 태우고 학교의 테두리를 그린다. 지난 1학기 내내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의 이동을 돕는 셔틀버스,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음료 들고 타고, 신호 대기 중 승차 요구하기도

 순환 셔틀버스에서 커피나 음료를 들고 타는 학생들이 늘면서 난감한 장면이 잦아졌다. 셔틀버스를 운행 중인 기사 A씨는 “음료나 커피를 들고 버스에 타면 승하차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엎지를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셔틀버스는 승하차가 모두 하나의 문으로 하게 돼 통로가 혼잡한 편이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차를 요구하는 학생들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버스가 신호대기 중일 때 문을 두드리며 승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특히 안암역 부근 사거리에서 종종 발생한다. 현재 셔틀버스는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의 승차를 거부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승차를 거부하면 ‘지난번에 다른 사람이 타는 것을 봤는데 왜 자신은 안 되냐’는 전화가 셔틀버스 사무실로 걸려오기도 한다. 셔틀버스 운전기사 B씨는 “차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은 상황에 승차를 시도하면 지나가는 오토바이나 도로상황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전과 직결된 문제여서 더욱더 이런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정으로 대책 마련한 시중 버스들

  시중의 버스에선 커피나 음료 등을 들고 타는 승객을 방지하는 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개정 시행된 서울시 시내버스 운영 관련 조례에는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 또는 그 밖의 불결·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본교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성북04 마을버스의 경우 운영사인 ‘안암교통’에서 자체적으로 커피나 음료수 등을 들고 탈 수 없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 밖에도 노선 버스가 정류장 이외 지역에서 승차를 방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3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여객을 원활히 운송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운송사업자에게 안전운송의 확보와 서비스의 향상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이 조항을 통해 서울시내버스는 현재 정류장 이외 지역에서 승차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본교 셔틀버스는 운송사업자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아 이러한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총무부는 ‘구성원의 편의를 위한 목적을 무시할 수 없어서 규정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강만식 총무부 차장은 “관련 규정을 만들어 이용객의 행동을 강제하는 것은 승무원과 승객 모두에게 무리가 있다”며 “서로의 편의를 위해서 지키면 좋을 ‘이용 에티켓’을 차에 부착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규정을 따로 만들어서 이용자를 통제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암병원 공사로 지연 운행은 불가피해

  셔틀버스 운영에 관한 학생들의 불만도 있다. 안암병원 융복합의학센터 공사 이후 예정 운행 시간과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가 첫 번째로 꼽힌다. 공사를 위해 가림막이 설치돼 차선 상황이 바뀌었고, 공사장 부근에서 차량의 전체적인 이동속도가 느려졌다. 셔틀버스 기사 A씨는 “차가 막혀 시간을 맞추지 못해 수업에 급하게 가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안암병원을 방문한 차들로 자동차 유동량이 많은 곳이다. 원래 융복합센터 앞엔 녹지운동장으로 가는 차선이 1개, 이공캠 쪽으로 오는 차선이 2개였으나 공사 때문에 현재 양방향 모두 1개의 차선만 사용한다. 차선이 줄어들기 전엔 오고 가는 차량이 마주쳐도 양 차량의 가로 폭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변경 후 차가 마주칠 경우엔 옆 차선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골목길에서처럼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실제 해당 도로의 가로 폭은 2.6m 정도인데, 현재 운행 중인 셔틀버스의 폭이 2.2m이다. 좌우로 각각 20cm의 여유만 남는다. 셔틀버스 운전기사 B씨는 “그 도로에서 길이 10분도 더 막힐 때가 있다”며 “정해진 운행시간표를 맞추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방향으로만 운행되는 셔틀버스에 ‘역방향 노선을 추가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측 방향으로만 셔틀버스가 운행돼 이공캠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는 편을 택한다. 두 학기 동안 안암학사에 거주한 박준영(공과대 전자전기17) 씨는 “기숙사에서 이공캠으로 이어지는 셔틀버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방향 노선은 2013년 2월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당시 안암총학생회(회장=황순영)에서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방향 노선에는 차량 수, 인원의 추가와 현실적인 교통의 흐름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강만식 총무부 차장은 “역방향 노선의 도로에는 신호등이 많고 운행 시간도 더 걸려 이러한 노선은 사정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총무부에서는 정류장의 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현재 정문, 인촌기념관과 이어지는 북문 등에 정류장을 더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단계에 있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9월부터 셔틀버스는 다시 정상 운행을 시작한다.

 

권병유 기자 byyou@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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