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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대여에 중고거래까지…불법복제 유혹도
도서 대여에 중고거래까지…불법복제 유혹도
  • 박연진·변은민 기자
  • 승인 2018.09.0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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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개강을 맞아 본교 서점에서 전공서적을 보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교내 서점은 전공서적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새 책을 사며 설렘 가득해야 할 학생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한 학기에 10만 원을 웃도는 책값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각 대학 도서관마다 전공서적을 비치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수요를 채우긴 역부족이다. 교재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은 중고책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거나, 불법 복제를 시도하기도 한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학생들 ‘울상’

  전공서적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5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전국 364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인당 전공서적 구매량은 한 학기 평균 6.4권에 이른다. 본교 유니스토어에 문의한 결과 인문·사회계 캠퍼스의 경우 전공서적 가격은 주로 3~4만 원대다. 법학 관련 서적처럼 비교적 가격이 높은 경우 6만 원대에 달한다. 이공계 캠퍼스의 경우 이보다 더 비싸 대부분 4~5만 원대, 비싼 교재는 10만 원을 호가했다. 전공서적을 6권 구매하면 순수하게 책 마련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20~30만 원 가까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싼 전공서적에 학생들은 울상이다. 황유진(문과대 영문17) 씨는 “전공서적의 경우 대부분 4만 원 이상”이라며 “한 권만 사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한 번에 큰돈이 들어 학기 초마다 매우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백채은(경희대 경영16) 씨는 “전공서적은 선배들을 통해 물려받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구매를 해야 한다”며 “이때 10만 원 가까이 드는데, 한 번에 사야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활용도엔 교수·학생 시선 엇갈려

  전공서적이 비싼 데에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여러 요인 중 편집과 교열에 손이 많이 가고 제작부수가 적은 학술서의 특징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본교 출판문화원 관계자는 “학술서는 타 서적에 비해 분량이 많은데다 집필 및 편집의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정가가 높게 매겨질 수밖에 없다”며 “편집과 교정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고 초판 제작부수도 적어 최소한의 손익을 고려해도 타 서적보다 학술서의 정가가 높다”고 설명했다.

  많은 전공서적이 외국에서 수입해왔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재 출판·수입 전문회사 관계자는 “원서의 경우 외국에서 원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입 시에도 가격이 비싸다”며 “번역서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일반물리학>의 경우 번역서는 2만8000원이지만, 원서는 4만7000원으로 번역서가 오히려 더 싸다. 하지만 번역서보다는 원서 구입을 권하는 수업도 있어 가격 부담은 여전하다. 박재인(공과대 신소재17) 씨는 “학생들이 쉽게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수님들이 원서 구매를 권하시고 이에 학생들은 전공서적을 원서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원서로 된 교재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고 말했다.

  구입해도 정작 수업에서 교재가 쓰이지 않기도 해 전공서적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배주언(자전 경제17) 씨는 “법학 수업 전공교재를 샀는데 수업 중에 거의 쓰지 않아서 돈이 아깝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과대 재학생 A 씨는 “교수님께서 강의에서 여러 권의 책을 사라고 했는데, 모두 해당 교수님의 저서였다”며 “하지만 대부분 아주 일부분만 쓰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있지만 교수들은 전공서적의 가치를 강조하며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권한다. 한 번 구입해둔 전공서적은 강의 시간 외에도 읽어볼 수 있어, 학문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강규호(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공서적의 가치는 학생이 직접 만드는 것”이라며 “비싼 돈을 주고 구입했다면 그것이 아깝지 않도록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윤재(공과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전공서적은 수업을 듣는 중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장기적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에서 대여·전자책 서비스 진행

  전공서적의 장기적인 활용도와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학생들은 전공서적을 새 책으로 구매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교내 도서관에서 전공서적을 빌려 보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본교와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 수업에 쓰이는 책을 구입해 지정도서, 과제도서 등의 이름으로 도서관에 비치하고 있다. 하지만 한 과목당 최대 2~3권에 불과해 학생들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대출기간이 끝나면 반납해야 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학습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일부 대학 도서관은 교재 구매 수량을 늘려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서울여대 도서관은 신청을 받은 수업에 한해 수강생 절반 이상 수량의 교재를 구매해 학생들에게 대여해주고 있다. 서울여대 중앙도서관 측은 “수강생 수와 신청 수업 수를 고려해 일정 비율을 맞춰서 구매하고 있다”며 “지난 학기에는 30과목, 이번 학기는 27과목이 서비스를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전자책을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플랫폼 확충 등에 필요한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본교 도서관은 2015년 총학생회와 함께 전자책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용과 이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사업이 확대되지 않았다. 중앙도서관 측은 “당시 총학생회의 구입 요청 목록의 10% 정도를 전자책으로 구입했다”며 “전자책 또한 고가이고 플랫폼, 출판사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기도 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통한 중고거래도 해결방안

  소비자 차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찾게 되는 것은 중고책 시장이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내 커뮤니티사이트를 통해 학교 가까이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한 달 동안 본교 에브리타임(에타) 중고거래 책방에 올라온 게시물은 250여 건에 이른다. 지난달 27일 안암역 근처에서 중고책 거래를 했다는 김영규(정보대 컴퓨터15) 씨는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수업 교재를 중고로 구하는 편”이라며 “학교 근처에서 직거래가 가능해 학교 커뮤니티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고거래가 익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불편을 겪는 사례도 있다. 거래가 예고 없이 취소되거나, 거래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경혜민(숙명여대 아동복지16) 씨는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지 않고 익명 쪽지로 거래하기 때문에 말없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거래자를 찾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교내 서점 측에서 직접 중고교재 시장을 여는 곳도 있다. 전남대 생활협동조합서점(생협서점)에선 작년 2학기를 시작으로 개강에 맞춰 중고 전공교재를 판매하고 있다. 생협서점 측은 “학생들이 편리하게 거래하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직 참여 학생들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점차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상 속 저작권 보호에 동참을”

  이와 같은 중고 시장도 학생들의 실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고서점이나 중고거래를 통해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한 많은 학생들은 결국 불법 제본으로 발길을 돌린다. 본교 주변 대부분의 복사업체들은 ‘학생들의 교재 전권제본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학생들 사이에서 교재 불법제본이 이뤄지고 있다.

  사범대에 재학 중인 B씨는 “전공서적 가격이 10만 원이 넘어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처에서 2만 원 정도로 제본해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신충현(보과대 바이오의과학17) 씨는 “저번 학기 한 전공수업의 책값이 5만 원보다 비싸서 전권을 5분의1 가격 정도에 제본했다”며 “동기와 선배 대부분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 횡행하는 서적 제본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 불법인 경우가 많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센터는 “저작권법 상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허락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라 ‘가정과 같은 한정된 범위’ 안에서 ‘비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해야만 이용자의 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안팎의 인쇄소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며 가정에 준하는 범위도 아니므로 명백히 불법이다.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와 복사계약을 맺은 인쇄소에선 일부분(10% 정도)을 합법적으로 복사할 수 있다. 본교 캠퍼스 안팎에는 안암·세종캠 합쳐 40여개의 복사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 중 14개의 복사처가 계약 복사처다. 다만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 김학희 부장은 “복사업소가 복사계약을 했더라도 ‘전권 복사’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이해하지만, 저작권 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개강시즌을 맞아 정부 차원에서 대학가 불법제본, 복제 단속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 고아라 선임은 “가을 신학기 개강을 맞아 9월 한 달간 전국 대학가 출판 불법복제물 유통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을 실시 중에 있다”며 “미래의 창작자이자 콘텐츠 소비자인 학생들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상 속 저작권 보호에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박연진·변은민 기자 press@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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