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대표=박영률)는 불법 복사를 근절하기 위해 2017년 1학기부터 ‘반값교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본교를 비롯해 100여 개 학교가 이용하고 있으며 교수와 학생의 호응을 받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교재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전정욱 주간에게 반값교재 서비스의 취지와 가능성을 물어봤다.

 

반값교재 서비스는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됐나

  “본문 내용은 원본과 동일하지만 표지를 없애고, A4 크기 흑백으로 인쇄해 정판 가격의 절반으로 판매하는 서비스다. 낱장으로 인쇄한 후에 펀칭을 해서 배송하면 스프링 제본으로 학생이 직접 책을 완성하게 된다. 반값교재는 불법 복사 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책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나온 시스템이다. 교재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불법 복사를 하게 되면 판매 부수가 줄고, 저자들은 더 좋은 교재를 집필하려는 의욕을 잃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교재 시장에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반값교재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한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들의 동의다. 반값교재 기획 당시 저자의 허락을 받기 어려울까봐 우려했는데 대부분의 저자들이 취지에 공감하며 흔쾌히 동참했다. 출판사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교재 형태를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내에 인쇄뿐만 아니라 디자인, 제작, 유통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어 시도할 수 있었다. 지식을 싸고 빠르게 제공한다는 교재 사업의 본질을 생각하며,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제거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했다.”

 

저자가 반값교재에 동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재를 집필하는 저자의 입장에선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수업에 쓰이는 교재를 집필하는 분들은 학생과 교감하며 학문을 발전시키는 데 큰 의의를 둔다. 반값교재로 더욱 많은 학생들이 교재를 사게 되면 배움을 얻는 사람이 많아진다. 또 가격은 반값이지만 판매 부수가 많아져 저자의 수익이 늘어난 교재도 굉장히 많다. 작년에 서비스를 시작할 때엔 100종 정도였는데 참여하는 저자가 늘어나 현재는 450여 종에 달한다.”

 

가격 측면 외에 반값교재의 장점은 무엇인가

  “필요한 만큼 나눠서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다. 전공서적은 무겁고 커서 학생들이 들고 다니기 불편한 경우가 많다. 정판은 분권이 어려운데, 반값교재는 낱장으로 돼 있는 만큼 나눠 쓰기 쉽다. 또, 교재 중앙이나 하단에 필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수업에 활용하기 좋다. 스프링 제본으로 완전히 펼쳐져서 필기가 필요한 수업 교재로 쓰기에 적합하다.”

 

서비스 시작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

  “낱장으로 구성된 반값교재가 오히려 복사를 쉽게 만든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합법적인 방식으로 교재를 구매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또 기존 책의 모양을 파괴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시선도 있었다. 책의 모양이 번듯하지 않다는 것은 기존 출판문화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내용이라 생각한다. 지식을 공유한다는 데 초점을 둔다면 책의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반값교재 서비스가 다른 출판사까지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기존의 출판 방식에 머무르려는 관성 때문인 것 같다. 출판은 굉장히 오래된 분야이고, 그만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출판사 내부에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돼있지 않다면 반값교재를 실현하는 데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저자들과 학생들 모두에게 호응이 큰 만큼 많은 출판사에서 참여해 교재시장 불황을 헤쳐 나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면 좋겠다.”

 

반값교재 서비스에서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반값교재 수를 확대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선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교재만 출판하다보니 한계가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도 반값교재 형식으로 공유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더불어 학생 개인이 더 편리하게 서적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현재 반값교재는 5부 이상을 주문해야만 공동구매 전용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신청이 가능하다. 앞으로 문턱을 더욱 낮춰 공동구매 형식이 아니더라도 학생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글 | 박연진 기자 oscar@

사진 | 변은민 기자 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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