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시장에도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교재의 저자인 교수들이 저작권을 기부해 무료 전자책을 제공하는 빅북운동이 그것이다. 2013년 조영복(부산대 경영학과) 교수가 빅북운동본부를 설립한 이래 현재 30여명의 대학교수가 참여해 대학교재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지식의 공유와 평등을 추구한다는 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빅북운동’은 어떤 운동인가

  “빅북운동은 지식을 나누기 위한 저작권 공유 활동이다. 대학교재를 쓴 저자가 저작권을 기부한 뒤 이를 전자책 형태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초기 구상부터 시작해 현재 대학교수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의 대학교재들을 파일 형태로 만들었고 빅북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 빅북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식이 부담 없이 공유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육은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여전히 그대로다. 무겁고, 비싸며 새로운 내용이 부족해 학생들이 서책형 교재를 멀리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또 교재 생산구조를 생산-폐기의 선형구조가 아니라 선순환적인 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가 대학을 떠나면 대학교재도 대학사회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1세대의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값진 ‘원론’들은 일회용 교재가 아니라 유능한 다음세대의 저자들이 수정하고 보완해 쉽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교재가 돼야 한다.”

 

- 저자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저자인 대학교수들은 자신의 저작물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원한다. 또 그것이 경제적 수익이 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책이 많이 읽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내용이 제대로 반영돼야 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학생들이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서책형 대학도서는 가격도 비싸고 새로운 내용을 반영하기 어렵지만, 전자책을 출판하면 가격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내용을 지속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전자책만의 이러한 특징에 매력을 느낀 대학교수들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으론 저자가 본인의 흔적을 저작물 속에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빅북운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존의 대학교재들은 보통 교수의 정년퇴임과 더불어 사라진다. 빅북운동의 책은 저자가 저작권을 기부해 퇴임 후에도 활용된다. 저작물이 계속해서 수정되더라도 원저자는 최초 저자로 남게 된다. 대학교수로서 지속가능한 원론의 저자로 남게 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운동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 운동의 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재정 확보와 홍보다. 운동이 어느 정도 확산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로 초기 자금이 마련돼야 하기에 주요 언론들의 홍보와 정부의 협력이 절실하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해서 많은 선도적인 기업과 출판사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동참해줬으면 한다. 지금과 같은 선출판-홍보-서점배포-채택섭외-학생 소비라는 대학교재의 전통적 유통경로도 머지않아 변화를 맞을 것이다. 운동에 동참한다면 출판사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학생들에겐 어떤 장점이 있나

  “전자화된 무료 대학교재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효과적으로 덜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책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정 가능한 전자교과서를 이용함으로써 자신만의 메모가 가능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교과서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자료를 무한대로 첨부하고 저장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해 학습효과도 크다. 뿐만 아니라 교재의 실시간 변경도 가능해 변화하는 지식의 습득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 앞으로 빅북운동의 계획은 무엇인가

  “100개의 교재에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동영상, 참고논문, 신문기사 등)를 탑재해 상호 연계할 수 있는 스마트 교재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재마다 전문가들이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집단(Big Group)을 형성해 교재를 모니터링하고 수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또한 저자와 독자, 그리고 전문가가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형성해 쌍방향교과서(IST; Interactive Smart Textbook)로 발전시킬 것이다. 궁극적으로 세대를 이어 가는 공유교재를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다.”

 

글 | 변은민 기자 victor@

사진제공 | 조영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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