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과대 17학번 최 모씨는 1년간 살던 안암학사를 떠나 자취를 시작했다. 저렴한 기숙사를 나가는 것에 대한 금전적 고민도 있었지만, 거주하던 내내 자신을 괴롭힌 담배냄새를 떠올리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작위로 룸메이트가 정해지는 안암학사의 특성상 흡연여부, 생활방식, 수면패턴 등이 맞지 않아 일부 사생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안암학사 프런티어관 측에서는 “불편이 발생해도 그 책임은 소수의 원인 제공자에게 있는 것”이라며 “룸메이트 선정제도가 시행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룸메이트로 고통 받는 사생들

  비흡연자인 최 모씨는 기관지가 예민해 담배냄새를 맡으면 쉽게 목이 아파온다. 담배 냄새를 피하려 이불을 뒤집어쓰고 베개에 코를 박는 등 몸부림쳤지만, 눈을 뜰 때마다 목과 코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룸메이트가 풍기는 담배냄새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입실 전에 탈취를 해 달라 부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학기 중 내쫓기듯 기숙사에서 나와 친구의 자취방에서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최 모씨는 “지난 기숙사 생활은 고통뿐인 시간이었다”며 “최소한 타인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흡연 여부는 룸메이트 배정에 있어 기숙사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룸메이트 문제로 사생들이 겪는 피해양상은 다양하다. 룸메이트의 코골이로 인한 취침방해가 대표적인 사례다. 프런티어관에 거주했던 문과대 14학번인 박 모씨는 “룸메이트의 심한 코골이로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았다”며 “코골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적은 물론 아예 잠에 들지 못한 날도 많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룸메이트와의 생활패턴 차이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채상훈(보과대 보건환경18) 씨는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비롯한 생활패턴이 서로 완전히 달라 마음 편히 생활하지 못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생활패턴 설문과 룸메이트 신청제로 불편 최소화

  룸메이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일부 대학들은 ‘생활패턴 설문조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세대 송도학사는 신규 입사생 전원을 대상으로 입사 전 생활패턴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설문조사 항목은 민감형/둔감형, 흡연/비흡연의 양자택일로 구성되며 응답결과는 룸메이트 배정에 우선적으로 활용된다. 연세대 송도학사 측은 “1년간 의무적으로 기숙사에 거주해야하는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특히 흡연 여부는 단체생활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설문항목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송도학사에 거주했던 박진진(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17) 씨는 “룸메이트와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여지가 확실히 줄었다”며 “특히 입사 시 선택한 흡연 여부에 따라 호실을 배정받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성균관대는 모든 기숙사에서 학생 스스로 취침 타입, 코골이 여부, 온도 민감도를 선택하게 해 룸메이트 배정에 반영하고 있다.

  입사 전 룸메이트가 되고 싶은 학생을 미리 선택할 수 있는 ‘룸메이트 신청제’ 또한 실시되고 있다. 중앙대 서울캠퍼스 생활관은 2017년부터 룸메이트 선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룸메이트 신청기간이 공지되면 함께 방을 쓰고 싶은 학생을 선택할 수 있고, 두 학생이 서로를 희망 룸메이트로 신청했을 시 한 방에 배정받는 방식이다. 중앙대 생활관 측은 “친한 학생들끼리 방을 쓰면 소음이 유발되거나 일탈 행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제도를 시행한 후엔 룸메이트와의 갈등이나 피해민원이 크게 줄었으며, 사생들의 만족도도 증가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룸메이트 선정제, 안암학사에도 가능할까?

  현재 안암학사는 호실 배정 시 별도의 설문이나 룸메이트 신청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안암학사 학생동은 각기 다른 단과대 소속의 1학년 2명, 고학년 1명이란 원칙하에 무작위로 방을 배정하고 있다. 프런티어관은 장애인 학생의 경우, 지정된 도우미 학생과 같은 호실을 배정하고 있으나 일반 학생은 별다른 구분 없이 랜덤으로 배정하고 있다. 안암학사 학생동 측은 “룸메이트 배정에 대한 별다른 제도는 시행하고 있지 않으나 피해가 발생하면 상담을 통해 해결을 돕고 있다”며 “방 교체 요구가 있을 시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공실이 있을 경우 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런티어관 측은 “룸메이트 문제로 불편을 겪는다는 것은 일부의 사례일 뿐”이라며 “대다수의 사생들은 랜덤배정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룸메이트로 인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학생사회에서는 다른 대학의 사례를 들어 학교당국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본교 서울총학 ‘ABLE(회장=김태구)’은 주거복지국 차원에서 ‘기숙사 매칭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총학 측은 “무작위로 룸메이트가 배정되는 현 제도 하에서 룸메이트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은 상시적”이라며 “타 대학에서 실행 중인 생활패턴 설문과 룸메이트 지정제를 종합한 ‘기숙사 매칭제도’의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적인 이유로 안암학사 측이 반대하고 있어 해결은 쉽지 않다. 안암학사 사생회 측은 “사실 기숙사 매칭제도는 전대 사생회에서도 추진했던 사안”이라며 “당시 안암학사 측에서 제도의 도입 시 발생할 행정적인 어려움과 우려되는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무산됐다”고 말했다. 다만 “무작위로 배정받는 룸메이트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항상 존재하는 만큼, 안암학사 룸메이트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ㅣ박진웅 기자 queb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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