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13:32 (금)
“마음속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애도의 시작입니다”
“마음속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애도의 시작입니다”
  • 엄지현 기자
  • 승인 2018.09.04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황순찬 센터장 인터뷰
▲ 황순찬 센터장은 "자살유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선 그들을 둘러싼 여러 사회요인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도는 자살유가족의 삶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과정이다. 자살예방 관련 기관들은 ‘자살유족 전문가 양성교육’을 실시해 전문가 육성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도 ‘자작나무’(자살유가족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라는 자살유가족 모임에서 전문 애도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애도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서울시자살예방센터 황순찬 센터장을 만나봤다.

 

- 애도란 무엇이며 애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애도(哀悼)의 뜻을 풀이해보면 ‘슬프고 또 슬프다’는 의미에요. 애도는 마음속에 있는 슬픔과 응어리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내면에 있는 슬픔이 억제돼 표출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애도 반응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애도를 하지 않으면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지 못해 정신적인 면역기능이 떨어지므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 있습니다. 이때 누군가 그분들의 얘기에 반응하고 지지해주면 정신면역기능이 살아나 자존감을 잃지 않고 슬픔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혼자 감정을 억압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잃고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도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면 자존감을 잃지 않고 건강한 애도로 회복 여지가 생기는 것이죠. 애도라는 건 우울증과 자기 상실, 심리적 붕괴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 애도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

  “애도상담은 애도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한 동기를 강화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감정의 해소가 우선입니다.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과 억눌린 마음속 이야기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유가족들은 심리적 트라우마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예기불안(어떤 상황이 다가온다고 생각될 때 생기는 불안)을 겪기도 해 심리적 외상을 다루는 상담을 진행합니다. 고인이 사망한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으려 해 더 힘든 분들이 있어 고인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아 자살위험성평가를 진행하고 거기에 대처하는 상담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별 시점에 따라 상담법이 달라지기도 하는가

  “정형화할 수는 없지만 애도단계는 크게 3단계의 반응으로 세분화됩니다. 1차 반응은 충격, 부인, 무능력감, 비난과 책임전가를 하는 단계이고 2차 반응은 분노, 죄책감, 수치감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3차 반응은 자살이유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 단절, 우울증, 자살의 숙고를 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애도의 특징에 따라선 세 가지 애도차원으로 나뉩니다. 먼저 충격차원(현실회피)은 심한 쇼크 상태로, 며칠 혹은 몇 주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직면차원(현실직면)이 올 수 있는데, 이 기간은 주로 혼란스러움을 겪는 상태로 수 개월간까지도 지속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조정차원은 무언가 새로운 전환이 일어나는 상태로 보통 2년쯤 지난 시기부터 이러한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단계, 과정(차원)은 사람마다 겪는 시기가 다르고 또 조정차원에 있다가도 다시 충격이나 직면차원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등 꼭 이 흐름대로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상담에선 유가족들이 시기마다 겪는 감정과 힘듦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기에 느끼는 어려움을 상담자나 동료 유족들에게 충분히 표현하고 수용되는 과정을 통해서 치유가 이뤄집니다.”

 

- 복합애도는 무엇인가

  “복합애도(complicated grief)는 애도과정에서 일반적인 사별‧상실 등에 대한 슬픔수준을 넘어서 심리적, 신체적 건강상태를 잃을 만큼의 부적응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일컫습니다. 자살유가족의 경우 이러한 복합애도를 자주 경험하며 그 기간도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상당 기간 연장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복합애도를 가진 유가족에게는 어떤 특정한 상담이나 개입보다는 ‘돌봄’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돌봄은 유가족의 상황 호전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해서 함께 한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내담자의 고통에 연대하는 것이 서서히 복합애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애도상담은 어떤 분들이 맡고 있는가

  “애도상담은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있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간호사·임상심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추가로 1년 정도 정신보건 트레이닝을 받고 정신보건전문요원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본 센터 내에서도 따로 ‘자살유족 전문가 양성교육’을 실시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내담자가 스스로 표현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교육의 핵심입니다.”

 

- 애도상담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매우 큰 심리적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께 가까이 가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아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몰입하면 상담자가 자신의 중심을 잃어 힘들어지기에 그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이 부분이 애도상담가의 가장 큰 고충이기도 합니다. 또 다양한 아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받아들여 그분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위로하며 집단 상담을 이끌어나가는 힘도 있어야 합니다.”

 

- 자살유가족,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저는 사회 통합적인 자살 예방을 강조하고 있고 자살예방사업 담당자들 역시 그런 입장에 있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에요. 자살은 다양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도 크게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의 이유가 다양한 만큼 자살유가족의 발생 이유도, 그들이 겪는 고통도 다양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자살 유가족들을 단순히 환자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여러 사회요인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엄지현 기자 alfa@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