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자살유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줄까봐 망설여진다면 다음을 참고하길 바란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충고와 위로를 피하고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것을 강조했다.

 

<자살유가족과의 대화를 위해 기억해야 할 10가지 >

 

1. 참을성 있게 경청해주기

자살로 사람을 잃는 것은 복잡하고 충격적이어서 쉬운 대답과 치료법이 없다. 참을성 있고 편견 없는 청취자가 되어 주자. 그들이 느끼는 분노, 좌절, 두려움,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들어줄 수 있는 안전한 도피처가 돼야 한다. 그저 그들 옆에 있어 주는 것도 좋다. 걱정을 해주는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큰 위로가 될 것이다.

 

2.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기

자살로 인한 사별은 다른 상실과는 달라 그 슬픔을 진정으로 이해하긴 어렵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자살유가족의 슬픔이 얼마나 복잡한지 인식할 수 있다.

 

3. 고인의 죽음에 대해 질문하지 않기

자살유가족이 고인의 자살방법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 얘기를 하기 싫다는 것으로 간주해야 하며, 자살유가족이 말해준 것 외에는 자세하게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죽음이라는 주제를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으며 유가족이 사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한다면 부담 없이 대화에 참여해도 된다.

 

4. 조언과 상투적인 표현을 하지 않기

건강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는 것 외에는 직접 조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자살로 인한 상실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없다.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견뎌낼 수 있을 거야”와 같은 흔한 문장들은 자살유가족들의 슬픔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5. 자살에 대해 가치 판단하지 않기

자살을 이기적인 선택, 죄, 약한 행동, 또는 사랑, 힘, 믿음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6. 책임을 전가하거나 암시하지 않기

자살유가족들은 자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주 자신을 탓하곤 한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자살유가족들이 자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게끔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고인을 서운하게 만든 행동을 했는가?” “자살유가족이 안 한 것이 있는가?” “그들이 놓친 경고 사인이 있는가?” “그 경고 사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자살유가족들이 이미 느끼고 있을 두려움, 후회, 자기 질책을 증폭시킬 수 있고, 또 다른 안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7. 도움 요청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자살로 인해 누군가를 잃고 난 직후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도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와 같은 단순한 말은 충분치 않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에 도움을 주거나 그들 옆에 함께 앉아있어 주는 등 반복적이고도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하라. 진정성을 느끼고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8. 고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돕기

그들이 사랑한 사람과의 추억에 잠길 기회를 제공하라.

 

9. 유족이 얘기할 때까지 인내하기

자살유가족의 슬픔에 타임라인을 두지 마라. 자살로 사람을 잃고 난 뒤 회복하는 것은 일생의 여정이다. 좋은 의도라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털고 일어나야지”와 같은 말은 자살유가족들에겐 ‘회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준다.

 

10. 기억하고 함께하겠다고 표현하기

장례식이 끝난 이후 초반의 충격이 사라지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자살유가족에게 가장 힘든 시기다. 꾸준한 연락으로 그들 옆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다.

 

출처 : 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 / 중앙심리부검센터

 

<핫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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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자살예방센터 02-3458-1000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02-3444-9934

 

 

글|엄지현 기자 alfa@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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