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지고 세련된 하드커버, 보기만 해도 까마득한 두께, 빼곡하게 적힌 전문용어들, 그리고 학생들에겐 여전히 아찔한 가격까지. 대학생들의 시선엔 전공서적이 아직은 그렇게 친근하고 가깝진 않다. 그렇다고 저번 학기에 이미 수업이 끝나 책장에 묵혀둔 전공서적을 굳이 바득바득 읽어볼 욕구가 솟아나지도 않는다.

  얌전히 꽂혀있는 전공서적은 더 이상 보지 않을 봉인된 지식이 돼버리기 마련이다. 아무도 읽고 소화하지 않는 텍스트는 그저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종이에 묻어 번들거리는 침 자국, 한 번 더 읽겠노라 접어본 책 모서리, 고뇌와 깨달음이 함께 그어낸 치열한 밑줄. 이것이야말로 책이 살아있는 지식의 보고임을 증명할 흔적이다. 결국 책이라는 인류의 이 위대한 문명도 적극적으로 읽어보고 활용할 때에야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다.

  왕년엔 꽤 자주 들고 다니며 공부했지만 더 이상 보지 않는 전공서적이 보인다면 한번쯤 과감한 결단을 내려 보는 건 어떨까. 때로는 ‘이 책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하는 따뜻한 오지랖을 부려보는 것도 꽤 좋은 생각이다.

  책장 속에서 잠들어버린 전공서적이 눈에 띈다면 일단 주위를 둘러보시라. 가까운 후배든, 친한 친구든, 아니면 닉네임으로 나타날 어느 중고장터의 이름 모를 대학생이든. 대가없이 전공서적을 선뜻 빌려줄 수도, 아니면 필요로 하는 이들과 적당한 가격에 거래할 수도 있지 않은가. 부담스런 전공서적, 그 부담을 나눠 짊어지는 실용적 지혜가 필요한 때다.

박형규 취재부장 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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