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너의 ‘갑질행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제약업계다. 대웅제약의 윤재승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습적인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한 언론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윤 회장이 직원들에게 ‘미친X’, ‘정신병자랑 일하는 것 같다’는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욕설을 한 정황이 담겨있다. 사내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수년 간 회장의 갑질에 못 이겨 퇴사한 직원이 상당수라고 한다. 매출 1조 원 달성을 앞둔 거대 제약회사의 리더가 겨우 이정도 수준의 윤리의식을 지녔다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너들의 갑질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당장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오너 일가가 비상식적인 갑질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양사 직원들은 지금까지도 광화문에 모여 전근대적 경영 행태 근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매 맞는다고 아이 버릇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경영자의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변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윤재승 회장은 지난달 28일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제 자신을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놨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말 한마디를 어느 누가 신뢰하겠는가.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인들이 다 윤재승, 조현민인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생전 ‘사람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며 많은 미담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재벌에 대한 국민의 적대감이 너무 크다’며 볼멘소리를 내뱉지만, 최소한의 윤리의식과 따뜻한 성품을 갖춘 사람에게는 늘 타인의 존경이 따르는 법이다.

  갑질은 사회적 지위를 마치 태생적 ‘신분 차이’로 이해하는 인식 왜곡에서 비롯된다. 갑질을 만들어내는 수직적 서열문화를 일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미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당장 대학가에서도 각종 인권규약과 대자보를 통해 생활에 녹아든 권위주의적 요소들을 지우려 애쓰는 분위기다. 시장 흐름은 눈에 불을 켜고 쫓으면서, 변화하는 사회인식은 따라잡지 못하고 낡은 경영방식을 고집하는 일부 기업인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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