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입학제도의 정시전형(수능전형)확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그동안 수시전형은 이른바 ‘금수저,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최근 때마침 교육부가 대학측에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고 정시를 확대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면서 수시, 정시 적정 비율 문제가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늘날 수능은 이미 선발시험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어떡하든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표준점수로 과목들의 편차를 좁히고 20%의 정답률이 채 안 되는 고난도 문제를 출제해 억지 줄 세우기로 변별력을 확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이 제2외국어 선택에서 아랍어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되고 문과계열에서는 <생활과윤리>과목이 <경제>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되는 등 기형적인 과목선택까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심지어는 경제학과에 진학하길 희망하는 학생이 경제를 선택하지 않고 <생활과윤리>를 선택해 입학하는 현실이 현행 수능 시스템이 낳은 기현상이다. 물론 수능이 갖고 있는 장점 또한 있다. 시험 자체에 있어서 부정의 소지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이 그러하다. 간혹 가다 운에 의한 정답 맞히기는 있을지언정 우연에 의한 결정은 경쟁에서 간혹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이 굉장히 오래된 제도임에도 환영을 받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유 하나만으로 장점이 많은 정성적 평가에 의한 선발 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은 장미가 무서워 호박을 못 심는 격이다, 취업에 비유하자면 대기업의 회사들이 시험은 기본 자질을 평가하는 정도기준으로만 사용하고 최종선발은 면접도 보고 여러 이력도 살펴보는 정성적 평가를 선호하는 것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대기업 입사 시험은 학점과 자기소개서, 이른바 스펙이라 불리는 이력 등을 감안해 사원들을 뽑는다. 그게 회사에 맞는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한 합당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아마 누구나 회사의 오너라고 한다면 줄 세우기로 사원을 뽑기보다는 여러 방면에서 비교해보고, 면접도 보는 정성적 평가에 의해서 사원을 뽑고자 할 것이다. 대학이라고 해서 이와 하나 다를 바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니, 알파고 시대니 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정작 입시제도를 말하고자 할 때면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자는 무모한 주장만 내뱉는다. 이제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미래를 생각하며 입시제도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학력고사 시절을 살아본 적도 없을 뿐 더러 현재의 교육제도를 받고 미래를 살아갈 존재이기 때문이다.

박석현(생명대 식자경17)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