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엄마가 국민학교 다닐 땐 학교에 도시락을 싸다녔어.” 무더위가 한발 물러선 늦여름 밤, 어머니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듣다 보면 그때 그 시절이 궁금해지곤 한다. 초등학생 때 배웠다는 <셈본> 교과서도, 선생님이 수기로 써주셨다는 상장도 익숙하지 않다. 부모님의 학창시절을 엿보고 싶다면 정독도서관 한 켠에 자리 잡은 서울교육박물관을 찾아가보자.

  안국역 1번 출구 옆 돌담길 끝에 위치한 서울교육박물관은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교육 변천사를 한 공간에 담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방과 후 들락날락 거리곤 했던 문방구의 빨강 파랑 불량식품들이 반가이 맞이한다. 삐질삐질 땀이 나게 뛰어 놀다 용돈 10원과 바꿔 먹은 아이스케키부터 입 주위가 끈적거릴 때까지 빨아먹었던 달고나, 수업시간 선생님 몰래 먹곤 했던 쫀드기까지.

  달콤한 맛에 젖어 안으로 더 걸어 들어가면 옛날 교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곳에는 70년대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쓴 모녀가 마치 친구처럼 다정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울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서울 여행을 왔다는 우혜린(여‧19) 양은 옛날 교복이 낯선지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옛 교복을 직접 입은 엄마를 보니 신기해요. 함께 할 얘기가 더 많아진 느낌이에요.”

  나란히 전시된 시대별 교복 옆에는 ‘나라사랑 겨레사랑’이 커다랗게 적힌 추억의 교실이 위치해 있다. 교실 중앙에 자리 잡은 난로 위에 보리밥에 달걀과 분홍소세지가 가지런히 담긴 양은도시락이 올려져있다. 곱게 머리를 땋은 선생님이 부드럽게 연주하곤 했던 풍금과, 크레파스로 서툴지만 열심히 칠한 나라 사랑 포스터는 학창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부모님은 잠시 잊고 살아온 추억을, 우리는 영화에서만 보던 학교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곳. 바쁜 하루하루에 부모님과 대화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함께 서울교육박물관을 찾아 그 시절 추억의 책장을 넘겨보는 건 어떨까.

 

송채현 기자 bravo@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