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병원의 사명은 환자 치료가 우선입니다"

정년퇴임한 김우경 교수(前의무부총장) 인터뷰 이현수 기자l승인2018.09.10l수정2018.09.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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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단에서 떠나는 이 순간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요? 우리 같은 임상 의사들은 주로 병원에서 겪은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심이 될 것 같아요.” 지난 8월 31일자로 정년퇴직한 김우경 교수는 본교가 우석대 의과대를 인수한 후 ‘고려대 의과대’란 이름으로 입학한 첫 번째 년도의 학생이다. 김 교수는 30여 년 동안 본교에 몸담으며 의사와 교수로서 사명을 다해왔다.

 

  수부 접합의 권위자가 되다

  “학부 과정을 밟을 당시에 성실하고 훌륭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군대 갔다 오고 병원에서 다시 레지던트로 다양한 환자를 마주하면서 전공에 대한 인식도 생기고 한 거죠.” 학부 과정을 마치고 전역한 뒤 1983년 구로병원 개원 당시부터 김우경 교수는 레지던트로 병원에 몸담았다. 오늘날 병원이 자리한 구로동 일대는 가산디지털단지로 조성돼 있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여 년간 이 공간엔 대규모 산업단지들이 위치해 있었다. 당시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여러 환자들이 구로병원을 찾아왔다. “저는 운이 좋았던 겁니다. 해내기 어려운 수술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례없는 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많았죠.”

  수부(手部) 접합의 세계적 권위자 김 교수는 기억에 남는 환자로 1987년에 맡게 된 열 손가락 모두 절단된 환자를 떠올렸다. 32시간에 걸친 수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에도 비슷한 경우의 환자를 10명 정도 더 보게 됐고, 김 교수는 수부 접합에 있어 모두가 알아주는 전문가가 됐다. “손가락을 붙이는 게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뼈를 우선 철사로 이어줘야 하고 힘줄을 붙이고, 끊어진 동맥과 정맥을 각각 연결해 혈관을 개통해야 합니다.”

  수부 접합은 성형외과학에서 다룬다. 성형외과학은 신체의 구조적인 변형이나 기형을 수정하고 기능상의 결함을 교정하는 외과의 한 분야다. 김우경 교수는 성형외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미세수술 도입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미세수술이란 것은 현미경을 통해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에요. 손가락을 이을 때, 마디 아래 혈관의 경우는 0.3mm에서 0.5mm 정도입니다. 미세수술의 도입이 아니었다면 힘든 수술일 것입니다.”

 

  환자를 대하는 진심으로 일궈낸 구로병원

  김우경 교수는 병원 밖에선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수부외과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며 이사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학계에서 다져온 입지로 모교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이어 구로병원장과 의료원장, 의무부총장 등 중요 직책을 맡아 본교 의료분야를 총괄했다. 김 교수가 병원장을 맡고 있는 동안 구로병원은 안암병원과 함께 연구중심병원에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한 대학의 의료원에서 두 개 이상의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것은 본교가 유일하다.

  “저는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회계를 잘 볼 줄 아는 것도 아닙니다.” 구로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김우경 교수는 ‘병원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꼽았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대부분이 환자를 진정으로 대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어요. 의사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로부터 환자를 돕고자 하는 선한 의지를 끄집어내는 것이 병원장으로서의 목표였어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다른 대학병원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병원’과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택할 때, 구로병원은 ‘환자 중심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대학병원의 역할인 진료, 교육, 연구 중 김우경 교수는 진료를 으뜸으로 꼽았다. “세 가지 역할 중 가장 우선되는 사명은 물론 진료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구로병원에 마련된 암병동은 김 교수가 병원장 재직 중에 추구했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비교적 작은 공간이라 생각될 수 있겠지만, 환자들이 헤매지 않고 하나의 공간 내에서 필요한 부분을 쉽게 해결하도록 병동을 구성했어요.”

  김우경 교수는 오늘날 미용이 목적인 성형외과 수술 또한 결국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했다. “보통 성형외과에서 하는 일이라 하면 미용적인 부분만 생각하기 쉽지만, 기본 바탕은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에 놓인 환자의 상태를 모양, 기능적으로 정상이게끔 재건하는 것이에요.” 초기에 김우경 교수는 성형외과 전공의 많은 의사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미용 쪽으로만 개원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 “미용 분야에서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K-Beauty’와 같이 우리나라를 널리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국위선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김우경 교수는 취업난으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진정 어린 조언을 건냈다. 결국 사회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 세대와 비교해봤을 때 지금 세대가 훨씬 어려운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들을 본인의 문제로만 국한시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안고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인거죠. 방황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글│이현수 기자 hotel@

사진│한예빈 기자 lima@

이현수 기자  hotel@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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