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없는 임금, 삶의 가치 실현 어려운 중증장애인

송채현 기자l승인2018.09.11l수정2018.09.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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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 없는 임금, 삶의 가치 실현 어려운 중증장애인

▲ 서울에 위치한 ‘ㄱ’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포장 작업에 한창인 중증발달장애인 근로자의 모습.

  지난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매년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있지만, 이에 한참 밑도는 임금을 받고 노동하는 사회 구성원도 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의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으로 분류되는 대다수의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이다. 생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적은 임금에 일각에선 ‘중증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당장의 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생계 불가능한 중증발달장애인 임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노동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2017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5%로, 당시 15세 이상 인구 경제활동참가율이었던 63.3%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지적‧자폐성 장애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의 고용률은 19.5%로 사업주들이 고용을 꺼려해 타 장애인들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해 1991년부터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서 공표한 ‘장애인고용 저조 기관 및 기업 명단’에 따르면 장애인 의무 고용률에 미달하는 기관과 기업은 전체 적용대상의 52.1%로,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곳이 절반을 넘는 실정이다. 조성혜(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의무고용제도로 고용되는 장애인들은 특별한 근로능력이 있는 소수”라며 “절대 다수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사업장에 고용되기가 어려워, 평생을 보호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 사업장에 고용되지 못한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일반적으로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찾는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직업재활훈련을 제공하며, 이들이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직업재활시설이다. 문제는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대다수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자립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업주가 지방고용노동청에 최저임금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관할지역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사가 해당 업체에 방문해 장애인 근로자들의 작업능력을 평가한다. 이때 작업능력이 비장애인 기준근로자의 70% 미만이라 판단되면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 되는데, 중증발달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뇌병변장애 1급인 문애린(여‧39) 씨는 “한 달에 5만 원에서 10만 원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 많다”며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이런 임금으로만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선 필요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제도

  이와 같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제도’는 중증장애인 시설 및 사업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중증장애인 고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제정 취지와는 달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최저시급 및 최저시급 적용제외 장애인근로자 평균시급 현황>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법정 최저시급이 4580원에서 6470원으로 1890원 상승한 반면,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이 되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평균 시급은 2790원에서 3102원으로 인상폭이 312원에 불과하다.

  작업능력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의문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포장, 조립 등 작업 능력을 백분위로 비교해 나타낼 수 있는 직종의 경우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백분위 평가가 불가능한 서비스 직종은 평가사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위치한 ‘ㄱ’ 장애인보호작업장 사회복지사 A 씨는 “청소 업무와 같은 경우 정량적으로 근로자의 작업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워, 평가사의 개인적 생각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표준화 모델을 개발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별도로 최저임금 적용제외 문제 대응팀도 꾸렸다.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직원 남성욱 씨는 “장애인고용공단 지사별로 평가 위원회를 구성해서 평가사 한 명만의 주관적인 평가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단순히 현장에서 작업능력을 한번 평가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전체적인 직업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2월부터 장애인 단체, 전문가, 정부가 함께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 개선 TF를 운영하고 있다”며 “너무 낮은 장애인 근로자의 시급을 개선하기 위한 안이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업재활시설의 열악한 수익구조도 문제

  보호작업장을 비롯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은 정부의 보조금 없이 고용된 장애인들이 낸 수익으로만 지급하고 있다. 이 경우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저조한 작업 생산성 때문에 임금이 비현실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 위치한 ‘ㄱ’ 장애인보호작업장 사회복지사 A 씨는 “우리 기관의 근로자 중 포장 작업능력이 가장 뛰어난 분이 하루에 5000원 정도의 수익을 낸다”며 “그나마 임가공 작업능력이 좋은 근로자가 한 달에 10만 원을 버는 것인데, 이를 한참 웃도는 최저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면 보호작업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일반 기업체와 달리 고용한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해, 수익 창출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주로 지자체나 복지관이 운영하는 보호작업장 특성 상 전문 경영인이 아닌 사회복지사와 직업 훈련교사가 수익 사업을 담당해야 하며, 동시에 근로자들의 보호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장애인보호작업장 직원 B 씨는 “대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사업경영을 하는 것도 벅찬데, 근로자들에 대한 직업 평가일지와 상담일지까지 상세히 작성해야해 인력난이 심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공기업 정규직화로 인해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수익현황이 과거보다 열악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복지사 A 씨는 “용역업이 우리 작업장 수익의 70%를 차지했으나, 공공기관 미화노동자 정규직화로 인해 공기업의 하청이 90% 끊겨버렸다”며 보호작업장의 악화된 수익현황을 밝혔다.

 

  근로자와 작업장 상생 위해 정부 지원 필요해

  그동안 장애인 인권단체는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낮은 작업능력을 근거로 장애인들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며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를 주장해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정책국장은 “최저임금은 사회적 보호차원에서 마련된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임금’인데 생산성을 따져 적용제외 인가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보다는 장애인 근로자와 보호작업장이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성혜 교수는 “정부 보조금 없이 보호작업장이 낸 수익만을 장애인 근로자 임금으로 지급하는 현 구조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최저임금 전면적용은 비현실적”이라며 “최저임금 감액적용이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이를 위해서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장애인들은 일반 사업장에 고용이 돼도 적응이 쉽지 않아 오래 머물 수 없다”며 “장애인의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해서는 이들을 보호하며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보호작업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보호작업장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장애인보호작업장 1개가 폐쇄되면, 10명의 장애인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보호작업장이 재정난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서 보호작업장 수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장애인 공공일자리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정책국장은 “보호작업장에서 이뤄지는 단순 노무직 보다는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동료 상담사, 장애인 권익옹호 동료 사업가, 장애 인식개선교육 강사 등 사회적 가치를 내는 공공일자리를 국가 차원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병변장애인 문애린 씨는 “장애인에게 자립할 수 없는 임금을 지급하는 현 제도는 장애인을 사회에서 배제해 시설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며 “장애인에게도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현 기자 bravo@

사진제공|서울에 위치한 ‘ㄱ’ 장애인보호작업장

 

 

 

송채현 기자  bravo@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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