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보호작업장이 열악한 수익구조로 인해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저조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을 갖춰 흑자를 내는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도 있다. 중증발달장애인 청년들을 바리스타로 양성하고 고용해,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장애청년꿈을잡고(대표이사=지구덕)의 커피전문점 <나는카페>다. 한때 재정 압박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던 이곳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현재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는 배상호 본부장을 <나는카페> 의정부 점에서 만났다.

 

  - <나는카페>가 시작된 계기는

  “처음에는 경기도와 마사회 그리고 삼성전자 등이 사회공헌사업 차원에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직업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시키고 자격증을 따도록 도우면 자연스럽게 취직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죠. 그래서 이 친구들을 육성하기 위한 법인 (사)장애청년꿈을잡고가 설립됐습니다. 당시는 <나는카페>의 재정 기반이 되던 기관들의 지원이 끊겨 카페가 재정난을 겪던 시기였어요. 그때 제가 이곳에 와 매출 상승을 위한 마케팅 요소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 <나는카페> 배상호 본부장은 “발달장애인들은 반복 작업에 능하고 정해진 레시피에 집착하기 때문에 항상 같은 맛의 음료를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중증발달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비장애인과 장애인 근로자 간의 생산성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죠. 그러나 발달장애 청년들도 꾸준한 훈련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해요. 장애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인내력을 가지고 계속해서 반복해 알려줘야 하죠. 결국 기억하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며들게끔 가르쳐야 합니다. 레시피를 근육으로 익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러면 손님이 음료를 주문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제 할 일을 할 수 있죠.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반복 작업에 능하고 정해진 레시피에 집착하기 때문에 항상 같은 맛의 음료를 만든다는 장점도 있어요.

  발달장애인들 대부분이 자폐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바리스타로 근무하며 사회성이 결합되면 자폐성향이 사라지곤 해요. 자폐성향이 지워지는 순간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카페를 찾는 단골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하죠. 레시피를 계속해서 연습하고, 사회성을 기르면 비장애인 바리스타만큼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현장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 <나는카페>가 꾸준한 매출 상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처음에는 카페의 컨셉이 ‘발달장애인들의 근무지’였어요. 장애인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료들을 위주로 판매했고, 카페 환경도 무조건 장애인들이 근무하기 편하게 만들어뒀죠. 그런데 <나는카페>가 당시 재정 위기를 맞았고, 그때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신조를 갖게 됐어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다면, 당연히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하겠죠. 그래서 메뉴를 일반 카페 못지않게 다양하게 바꿨고, 원재료는 고급으로만 골랐어요. 장애인 근로자만 배려하던 기업에서 소비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으로 변화하니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긴 했어도 매출은 급격히 상승했죠.”

 

  -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들이 받고 있는 임금 수준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현재 <나는카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근무시간에 따라 받는 임금이 각기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과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있어요. 많이 받는 바리스타는 100만 원 정도를 받고 있죠. 이런 청년들은 장애인 연금과 바리스타일을 통해 직접 번 임금으로 최저 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카페에서 6년 째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 중에 본인 명의로 된 적금통장이 5~6개 있는 친구들도 있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나는카페>는 ‘스타벅스’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중증장애인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보호작업장의 경우 ‘보호’의 의미가 강한 반면, <나는카페>는 직업 정신을 가지고 수익 창출을 위해 근무하는 직장이에요. 서로를 근로자와 사업주로 바라보며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시간 때우러 온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그만큼 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요.”

 

  - 바리스타를 준비하는 발달장애학생들이 특수학교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할까

  “지금 특수학교에서는 기능적인 측면을 많이 강조해서 학습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술은 현장에서 매니저들을 통해 꾸준히 배울 수 있으며, 각 카페마다 레시피가 다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답니다.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직업의식’이에요. 직업 현장에 진출하기 전 ‘왜 자신이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직업을 가졌을 때 본인이 행복할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해 볼 기회는 특수학교 때뿐이죠.

  직업의식에 관한 교육을 통해 확실한 직업관을 갖추고 <나는카페>에 들어오는 발달장애 청년들은 그렇지 못한 청년들보다 훨씬 적응이 빠릅니다. 직업을 가졌을 때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더 잘 하려는 모습을 보이죠. 특수학교에서 기능보다는 직업의식에 대한 교육이 보다 강화되길 바라요.”

 

  -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많은 사회적 기업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우선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성이에요. 사회적 기업은 100% 법적, 경제적으로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그게 자신이 없으면 시작 말아야 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후에는 국가의 재정지원이나 도와주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해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우리가 가진 자생력으로 시장경제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때, 그 기업이 성장할 수 있어요. 기업의 성공은 결국 발달장애인 청년들에 대한 고용 기회 확대로 이어지죠.

  의정부에 있는 <나는카페> 13호점이 좋은 성공사례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항상 먼저 다른 기업들의 문을 두드리고 입찰을 해서 카페를 열 수 있었어요. 그런데 13호점의 경우 한국전력에서 먼저 직원들을 위한 커피숍으로 사회적 기업인 <나는카페>가 들어서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죠. 사회적 기업이니깐 누군가 소비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적어도 고객이 95% 이상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하도록 자생력을 먼저 갖춰야 해요. 그 후에야 우리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의미 있어 지는 것이죠.”

 

  - <나는카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자립이죠. 발달장애청년들이 바리스타이자 사장으로서 직접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어요. 요즘은 온라인상으로 재고를 확인하고, 다양한 시스템을 컨트롤 할 수 있어 발달장애청년들도 법인이 돕는다면 사장님이 될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 법인이 완벽에 가까운 윤리성을 갖춰야 하죠. 법인의 도움을 통해 발달장애청년들이 사장이 돼 카페를 운영하면, 그들은 300만 원에 가까운 월급을 벌 수 있고 자연스레 경제적 자립도 가능해질 거예요.”

 

글|송채현 기자 bravo@

사진|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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