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오랜만에 고대신문을 펼쳤다. 반가운 학교 소식 사이로 곧 문을 닫는 홍보관 얘기가 있다. 홍보관은 학생들의 공간이 많았던 곳이다. 홍보관이 무너질 때쯤 홍보관이 품은 추억들이 고대신문 지면에 담기면 좋겠다.

 

  2# 1856호 1면은 ‘주말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고통받는 학생들’에 대한 것이다. 연구실은 40도 넘는 찜통인데 학교는 “중앙냉방이라 일부 학생 때문에 건물 통째로 에어컨을 틀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낭비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주말 냉방은 어렵다는 게 얼핏 납득되는 데 이른다. 이렇게 되면 내년 여름은 그저 올해보다 덜 덥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얼마나 낭비인지 궁금해진다. 정말 더운 건 기껏해야 몇 주다. 하루 에어컨 틀면 전기세가 얼마 나오길래 못 한다는 걸까. 생각보다 큰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학교 전체 전기세, 건물별 전기세를 확인해보면 의외로 뚜렷하고 명확한 정답이 드러날 수도 있다. 진짜 낭비인 곳과 아닌 곳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대신문이 그런 내용을 담으면 내년엔 안 더울 수도 있다.

 

  3# 신문을 샅샅이 다 읽기는 버겁다. 제목과 사진만 훑어보게 되고, 재미있는 제목과 사진이 기사로 눈길을 끄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대신문 제목과 사진은 그런 역할을 하기에 부실하다.

  먼저 제목. 일간지를 보면 큰 제목과 작은 제목을 합해 3~4줄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기사 핵심을 제목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대신문은 거의 1줄이다. 1856호 7면에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인터뷰’라면서 ‘마음속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애도의 시작입니다’라는 (고대신문에서 흔치 않은) 2줄 제목이 있다. 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을 막아야 할 것 같은데 왜 애도부터 시작하는지 알 수가 없다. 기사를 봐야 이해가 된다. 7면에 앞서 6면에 ‘자살유가족 지원’ 기사가 담겼지만, 독자들이 6면 읽고 7면으로 넘어가야 할 의무는 없다. 제목 몇 줄 더하면 신문 질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진. 고대신문 사진에 아쉬움이 남는 건 고대신문이 기사에 쏟는 만큼의 노력과 관심을 사진에 쏟지 않기 때문이다. 단정해서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1856호 신문을 보면 기사는 여러 명이 썼지만 사진은 한 기자가 혼자 너무 많이 찍었기 때문이다. 노력과 관심의 양은 대체로 머릿수에 비례한다.

  1면 사진 제목은 ‘설렘 가득 안고’이다. 큰 짐 들고 기숙사로 향하는 시커먼 옷을 입은 학생들 ‘뒷모습’을 찍었다. ‘벌써 개강이라니ㅠ 짐 가득 안고’가 어울린다. 4면에 있는 수강신청 하는 학생 ‘뒷모습’은 수강신청을 하는 게 아니라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듯하다. 기숙사에 가는 것도 수강신청 하는 것도 웃으며 ‘앞모습’으로 할 수도 있다. 고대신문은 인터뷰 사진에서 밝게 웃는 앞모습도 잘 찍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획일적인 구도보다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면 기사도 더 눈에 띄었을 것이다. 또 사진을 1장 아닌 2~3장 쓰면 보는 맛을 더하고 기사 쓰는 이의 수고도 덜었을 것이다. 탓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개강호니까. 이제 막 사령을 받고 현장에 나선 사진기자(와 모두)를 응원한다. /박상기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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