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할 때, 개별과제와 팀플 중 어느 것을 희망하는지 묻고는 한다. 그러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개별과제를 선택한다. 팀플을 통해 협업의 가치를 깨닫기 바라는 교수의 의도는 가슴속에 맴돌 뿐이다. ‘여러 과 학생들이 한 팀이 되면 전공 시간표가 달라 시간 조율이 힘들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회의 참여가 어렵다’,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팀원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역량이 낮은 팀원 때문에 학점이 깎이는 것이 싫다’, 등의 이유로 학생들은 개별과제를 선호한다. 비록 학생들이 팀플을 꺼리지만, 협업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의 협업 인식을 조사해 보면 협업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직장에서의 협업 필요성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치열한 학점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취업을 위한 다양한 스펙을 갖춰야 하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협업의 실천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듯하다.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얻어야 하는 협업의 이점은 너무나 많다. 협업은 타인의 강점과 결합하여 더 좋은 성과와 생산성을 내도록 하고, 소통, 타인존중, 비판적 사고 등의 역량을 기르게 한다. 또한 협업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 획득도 가능하다. 이렇듯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협업으로 얻는 잠재적인 성과와 대가는 매우 크다. 최연소 최고경영자로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세계최고기업으로 성장시켰던 잭 웰치는 “오늘날 독자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실수다”라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타인의 재능은 나와 다른 재능이고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타인의 모든 재능을 가질 수는 없기에 혼자서 큰 성과를 낼 것이라 자부하는 것은 착각이다.

  또 한 가지, 대학생들의 ‘끼리끼리’ 협업에 대한 선호도 문제이다. ‘끼리끼리’ 협업은 타 조직이나 집단에 대한 배척을 내포하고 있어, 조직이나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는 걸림돌이 된다. 뿐만 아니라 ‘끼리끼리’만 협업하려는 사람은 새로운 정보 획득에도 뒤처지게 된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의 정보는 이미 나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는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점심 먹기’를 목표로 정하고 실천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업에 대한 안목을 제고했다. 인간관계로 얻을 수 있는 가치의 크기를 알기에 많은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슐츠 회장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만 한다. 팀플을 하다보면 회의에 시간을 써야 하고, 만남을 위한 노력, 예를 들면 옷차림, 표정, 몸가짐 등의 준비도 필요하다. 또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설득과 통합의 과정도 거쳐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려다보면 모두 낭비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잔고를 늘려가는 노력이 필요하듯, 협업 역량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꾸준히 쌓아야 만들어 지는 자산이다.

  우리 교육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시급한 시점에 놓여있다. 세계경제포럼(2015)에서도 미래사회에는 자아성찰, 사회적 협력의 역량을 갖춘 인재가 요구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특정 전공분야의 전문성만 갖춘 인재가 아닌, 폭넓은 학문적 배경과 협력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만 한다.

  어느 조직의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의 강점으로 소통과 협력을 주장했다. 그들의 열변을 들으면서 과연 이들이 경험을 통한 협력의 자산을 가진 것일지, 머리로 이해한 것을 주장하는 것일지 궁금했다. 인간의 역량은 머리로 이해한 것만으로는 절대 키워지지 않는다. 몸으로 부대끼며 직접 경험한 것이 진짜 강점이자 역량이 될 수 있다. 올 9월부터 시작되는 대기업 공채의 채용 화두가 ‘소통’과 ‘협력’이라고 한다. 이성으로만 외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체득한 협업 역량을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글│김선주 성신여대 교수 · 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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