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에 대한 학생사회의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정오 총장직선제를 촉구하는 교내 행진 ‘총총걸음’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에는 총장선출과 관련해 법인·교수·교우회·학생이 참가하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기로 결정됐다. 이에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일주일간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으며, 19일 오후 3시 인촌기념관 법인회의실에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이 법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단식 중단을 결정한 과정에서 학생사회와 소통이 부재했다는 지적과 함께 총장직선제 도입 운동의 논거를 재고해보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여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51대 서울총학생회(회장=김태구, 서울총학)의 직선제 요구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흐름을 정리해본다.

 

  핵심 공약으로 총장직선제 내세운 ABLE…단식까지

  서울총학은 후보 시절부터 총장직선제를 ‘1번 공약’으로 내세우며 요구해왔다. 이사회의 권한이 상당한 현행 총장선출제도가 비민주적이므로 학생들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사립학교법과 본교 법인 정관에 따르면 학교장의 임명에 관한 사항은 법인 이사회가 결정한다. 본교 총장선출규정에 따라 법인은 총장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를 설치한다. 본교 총장의 임기 종료 4개월 전인 10월 말까지 총장후보대상자를 공개 모집한다. 총추위에 속한 법인위원 4명, 교수위원 15명, 교우회위원 5명, 직원·학생위원 각 3명은 총장후보대상자를 심사한 후 표결을 통해 3명의 총장후보자를 법인에 추천한다. 법인은 총장 임기 만료 40일 전까지 총장후보자 3명 중 한 명을 신임 총장으로 선임해야 한다.

  서울총학은 이사회의 총장선출권한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총장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총장선출제도 개정위원회에 학생과 직원 단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이 7일간 단행한 노숙 단식과 ‘총장의 민주적 선출을 위한 전학적 공동행동’은 모두 이러한 의사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었다.

 

  총장직선제 요구 교내 행진…법인 제안에 단식 중단해

  10일 정오 ‘총장의 민주적 선출을 위한 전학적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은 교내 행진을 벌였다. 행진은 이공캠을 지나 인문캠 중앙광장까지 이어졌다. 참가한 학생들은 △총장선출제도 개정위원회에 학생·직원 단위 포함 △이사회의 총장선임권한 제한 △총장직선제 도입 등을 구호로 외쳤다. 행진은 노벨광장에서 시작해 약 2시간 동안 이어졌고, 150여 명의 참가자가 중앙광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교내 행진을 지켜보던 최영환(생명대 생명공학18) 씨는 “직접 행진을 보니 서울총학이 요구하는 바가 잘 전달된 것 같다”며 “잘 알지는 못하지만 총장직선제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배성훈(보과대 바이오의공학14) 씨는 “현행 총장선출제도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며 “서울총학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13일 예정된 총총아고라(총장직선제에 관한 토론회)는 사전 예고 없이 취소됐다.

  같은 날 오후 5시 45분 법인과 교수의회는 학생 단위와 함께 총장선출제도와 관련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일 법인 상임이사가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 단식 농성장에 방문한 이후, 이우진 교수의회 의장과 이재학 학생처장이 단식 농성장을 찾아가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전달했다. 이로써 19일 오후 3시 인촌기념관 법인회의실에서 법인, 교수의회, 교우회, 학생 단위 각 2명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법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10일 오후 9시경 단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정당성을 위해 제가 논의의 장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단식을 유지한다면 논의의 장에 참여하기가 어려워 중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학적 공동행동은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임시중운위 소집돼…총학생회장 사과문 논의까지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이 10일 오후 8시에 열린 임시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단식 해제 사유를 보고했지만, 학생사회 내부에서 “소통 없이 단식 중단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지윤 디자인조형학부 학생회장은 “단식을 해제하고 논의의 장을 열자는 학교 측 요구안을 수용하는 것과 관련해 학생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안건을 14일 임시중운위에 상정했다. 그는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절차상의 문제를 짚은 것”이라 덧붙였다.

  이날 중운위에 올라온 ‘총장의 민주적 선출 의제에 관한 총학생회장의 사과 및 결의 요구의 건’은 김지윤 디자인조형학부 학생회장과 함께 김선호 공과대 학생회장, 백지연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 이재열 문과대 학생회장, 최치원 사범대 학생회장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김선호 공과대 학생회장은 “학교 측의 타협안을 받아들이고 총학의 문제의식이 옅어진 것 같다”며 “총장직선제 요구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학우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안건을 상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반론도 나왔다. 최한길 생명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과문을 쓰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학생들의 결의를 다지는 내용과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이 절차상 문제를 통감한다는 내용을 합쳐 호소문으로 쓰면 좋을 것”이라 말했다. 중운위원의 의견을 수렴한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호소문을 쓰기로 결정했다. 안건을 상정한 5명의 중운위원들은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총장직선제 도입 운동의 논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치원 사범대 학생회장은 “총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대학 민주화에 국한된 기존의 논리를 보다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회 내에 총장직선제의 논거를 마련하는 연구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서울총학은 “기존의 기구에서도 가능하다”며 입장차를 보였다.

 

글·사진│김태훈 기자 foxtrot@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