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20:22 (화)
음악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민주광장의 가을 밤
음악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민주광장의 가을 밤
  • 박진웅·이다솜·이현수 기자
  • 승인 2018.09.17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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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마지막 밤을 당신과 함께  가을축제 'ANAMZON'의 마지막날 많은 학생들이 민주광장을 찾았다.

  기나긴 방학의 자유도 끝났고, 유독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올여름도 물러갔다. 부쩍 선선해진 공기가 우리의 마음을 공허하게 하는 가운데, 좀 더 신나고 특별한 방식으로 가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본교 민주광장에서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가을 축제 ‘ANAMZON’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있었다. 재미와 웃음, 그리고 음악과 사람들이 있었던 생생한 현장으로 직접 떠나보자.

 

  축제 1일차. 가을축제 활기 더한 각양각색 부스들

  가을축제 첫날, 민주광장은 학생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다양한 부스들로 분주했다. 청춘단기획, 산하기획단, 분과기획으로 구성된 여러 부스들은 각자 자신들이 준비한 부스 프로그램을 알리며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먼저 전시창작분과는 8개의 동아리(돌빛, 몰라도되는데, 서화회, 켈리쿠, 팝콘, 한국화회, 호영회)가 연합해 하나의 부스를 준비했다. 부스 안에 진열된 이젤에는 호랑이가 그려진 한국화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전시됐다. 전시물들은 부스 바깥까지 나와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민주광장을 오가는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작품들을 구경하긴 했지만 한국화회 부회장 우정민(공과대 건축사회환경18) 씨는 부스체험을 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동아리박람회와 비교해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준비를 많이 했는데 홍보가 좀 더 됐으면 좋겠어요.”

  민주광장을 가득 메운 부스들 가운데서도 등나무 아래 설치된 해먹은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학생들은 일상에서 받은 피로를 잠시 잊고 해먹에 누워 여유를 즐긴다. 등나무 그늘 아래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바쁜 하루를 잊는 잠깐의 틈이다. “축제라고 하면 보통 바쁘게 돌아다니며 열정을 쏟아내는 역동적인 것만 생각하는데, 그 속에서 힐링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역동성과 차분함의 조화를 의도한 거죠.” 정지훈 안암청춘단장은 역동적인 축제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학생들의 휴식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청춘단기획 부스엔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조심조심 물을 옮기는 학생들도 보인다. “느리게 걷는 악어는 다른 컵으로 최대한 천천히 물을 옮기는 게임이에요. 바쁜 현대사회에서 찾기 힘든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게임이죠.” ‘느리게 걷는 악어’ 게임을 진행한 류민욱(정보대 컴퓨터16) 씨는 기획의도를 설명해주며 게임방법을 소개했다. 부스에 참가한 학생들은 준비된 두 개의 컵 중 하나에서 다른 한쪽으로 물을 가능한 한 천천히 옮기면서 ‘느림’의 가치를 찾았다. 조금이라도 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신중을 기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다.

  학생기구로 운영 중인 생활도서관도 축제 부스를 준비했다. 생활도서관만의 도서 분류체계를 소개하며 분류소제목을 뽑아 시를 짓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생활도서관 부스를 운영하느라 분주한 윤희상(문과대 일문15) 씨가 부스를 간단히 소개하며 찾아온 학생들을 반겼다. “국내 대부분의 도서관은 10진 분류법을 이용하지만, 저희 생활도서관은 독자적인 분류체계가 있어요. 해당 분류체계의 소제 중 하나를 뽑아 n행시를 지어보는 게 저희가 준비한 활동이에요.”

▲ 민주광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있다.

  축제 2일차. 민주광장의 밤, 음악으로 뒤덮이다

  가을축제의 둘째 날도 다채로운 부스 활동이 이어졌다. 국궁동아리 ‘한량회’, 아카펠라동아리 ‘LoGS’, 천체관측동아리 ‘KUAAA’ 등이 동아리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발길을 끌었다. 평상시엔 좀처럼 접할 기회가 없는 국궁과 천체망원경을 직접 체험하려는 학생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동아리들의 홍보활동이 한창인 가운데 다양한 주제를 내세운 이색 부스들도 시선을 모았다. ‘멸종위기종 타투스티커’ 부스는 한산한 오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았다. 늑대, 호랑이, 레서팬더 등의 라틴어 학명이 멋들어지게 적힌 타투스티커를 원하는 곳에 붙인 뒤 물을 뿌리고 문지르면 타투가 완성된다. 부스를 운영하던 김병섭(공과대 건축사회환경17) 씨는 시종일관 미소로 학생들을 맞이했다. “이번 기획은 중앙동아리 사회분과에서 마련했어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 중에도 멸종위기종이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몸에 남은 타투스티커를 볼 때마다 멸종위기 동물들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면 좋겠네요.” 호랑이 레터링스티커를 체험한 김은섭(문과대 영문17) 씨는 팔목의 타투스티커를 연신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물만 뿌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타투가 완성돼서 신기해요. 또 평소에 알고 있던 동물들 중에도 멸종위기종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의미 있는 체험이었어요.”

  오후 7시부터는 민주광장에서 기악예술분과의 음악공연이 진행됐다. 같은 시각 응원오티가 진행돼 공연장은 다소 한산했지만, 덕분에 50여 명의 학생들은 무대 가까이서 공연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중앙통기타동아리 ‘그루터기’의 잔잔한 통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중앙재즈동아리 ‘JASS’의 그루비한 재즈 연주, 그리고 중앙락밴드 ‘크림슨’의 열정적인 록 공연이 차례로 펼쳐지며 민주광장의 밤을 화려하게 뒤덮었다.

  밤이 깊어지자 곡 제목이나 가수의 이름에 동물, 식물, 바다생물이 들어가는 음악을 연주하는 이색 공연 ‘육해공 가요제’가 펼쳐졌고, 버스킹동아리 ‘그렇고 그런 애들’과 중앙흑인음악동아리 ‘TERRA’를 비롯한 연행예술분과의 공연이 둘째 날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공연을 지켜본 임장혁(문과대 철학16) 씨도 축제의 여운에 들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해먹에 누워 무대를 감상하니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오늘따라 사람이 적고 날씨도 선선해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어 좋았어요.”

▲ 등나무 아래 설치된 해먹에서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축제 3일차. 칵테일과 함께 오손도손

  ‘ANAMZON’ 3일차. 어느덧 축제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셋째 날 밤에 예정된 주점에 앞서 진행된 부스들은 다채로운 체험의 장이었다. 로잉머신 체험을 선보인 조정부 부스, 에코백을 만들어보는 나눔기획단 자진근로반 부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조정부 KURT 부스를 지키고 있던 신승호(공과대 건축사회환경18) 씨는 조정 체험을 하는 학생들을 돕느라 분주하다. 로잉머신이 낯선 학생들은 비록 서툴지만, 새빨개진 얼굴로 온힘을 다해 노를 당긴다. “생각보다 운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많은 것 같아요. 그 중에는 조정이 생소하기도 하고, 로잉머신 체험이 힘들 것 같다며 지레 겁먹고 가 버리시는 분들이 있어서 아쉽네요.”

  부스를 운영하는 학생들의 열띤 홍보는 민주광장에 활기를 더했지만, 부스를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적어 한산했다. 황준철 안암청춘단 홍보팀장은 자유마루 뒤편에서 ‘전시해’의 진행을 맡았다. “‘전시해’는 서화회와 함께 협력한 이벤트에요. 학생들이 손수 참여해 만들어진 현수막이 학생회관에 걸리게 되죠.” 물론 셋째 날도 해먹과 플라밍고의 인기는 여전했다. 해먹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플라밍고를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부스 체험들을 즐기고 해먹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날이 저물자 주점과 공연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미국에서 온 헤일리 헬레스빅(Hailey Hellesvig)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 교환학생을 왔던 고려대의 축제를 꼭 한번 보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것을 보게 되어 몹시 신나요.”

  어슴푸레해진 민주광장 앞 무대에서는 여러 동아리의 무대가 차례로 이어졌다. 공연을 관람하던 엄현욱(정경대 통계13) 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축제는 볼거리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노래를 잘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네요.” 연합몸짓패와 밴드동아리, 댄스동아리들의 호연에 환호성이 잇따른 가운데 민주광장 한 편에서는 공연을 즐기는 학생들을 위한 주점이 열렸다. 무대 앞 설치된 객석에서 흐르는 선율들에 귀를 기울이니 제법 쌀쌀해진 밤공기도 물러간 듯했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져다 준 깊은 가을밤, 청춘은 그렇게 또 저물어갔다.

 

글|박진웅·이다솜·이현수 기자 press@
사진|조은비·한예빈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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