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이 학생들과 총장직선제에 대한 자유토론을 진행하고자 추진했던 ‘총총아고라’가 돌연 폐지됐다. 사전 예고나 설명 하나 없이 급작스럽게 폐지된 것의 절차적 정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총학이 학내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려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데 모여 정해진 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토론의 기회다. 총학이 법인에는 ‘논의의 장’을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과연 일반 학생들과의 ‘논의의 장’도 그만큼 절실히 요구해왔는가. 단순히 말만으론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토론하는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그만큼의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또 총학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직선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야 한다. 총학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총장직선제’의 청사진을 공유해왔는지, 아니 그보다도 그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준비됐는지 의문이다. ‘총장직선제 요구’를 위해선 직선제의 유형, 투표 반영 비율 등 세부 요소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 없이 총장직선제를 마냥 외치기만 한다면 그 목소리는 힘을 잃기 마련이다.

  총학은 ‘총장 선거에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마찬가지다. 똑같이 ‘총장직선제 요구’라는 총학의 의제에도 일반 학생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 없인 몇몇 대표자들 사이에서만 맴도는 반쪽짜리 담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총장직선제를 외치는 총학의 ‘큰 목소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의제에 대한 ‘섬세한 목소리’다.

 

박형규 취재부장 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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