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대체할 에너지 기술, 연료전지 시대가 온다.

김인철 기자l승인2018.09.18l수정2018.09.1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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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는 수소경제를 데이터경제, 인공지능과 함께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했다.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화석연료에서 탈피해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수소를 원료로 발전하는 연료전지는 무공해·고효율의 특성을 갖춰 화력발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료전지가 상용화된 가운데, 연료전지는 경제적, 기술적 한계를 딛고 인류의 주 에너지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유해물질 없고 에너지 변환율 높은 연료전지

  연료전지는 산화환원반응을 이용해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로 크게 연료극, 공기극, 그리고 이 둘을 매개하는 전해질로 구성된다. 수소를 연료극에 주입하면, 수소(H2)는 전자를 잃는 산화반응을 거쳐 양이온(H+)과 전자(e-)로 분리된다. 이후 양이온은 전해질을 통로 삼아 공기극으로, 전자는 외부 회로로 이동한다. 공기극에서 양이온은 공기 속의 산소(O2)와 만나 보다 안정적인 분자구조인 물(H2O)이 된다. 이는 전자를 얻는 환원반응으로, 외부 회로로 이동한 만큼의 전자를 다시 끌어들인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속적인 전자의 흐름이 발생하고 전기에너지가 생산된다. 부가적으로 발열반응인 산화환원반응에서 열이 발생해 열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심준형(공과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연료전지는 쉽게 이야기해 히터 기능이 있는 발전기”라며 “전기에너지는 물론이고 열에너지를 생산해 온수, 난방도 제공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연료전지는 발전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화력발전과 달리 연료전지는 발전의 부산물로 물만 생기기 때문이다. 터빈과 같은 기계장치의 운동으로 발전하지 않아 소음과 진동이 없고 에너지 발생량 당 차지하는 공간이 작은 것도 연료전지의 장점이다. 심준형 교수는 “가정 및 건물용 연료전지의 출력량을 태양광으로 대신하려면 100배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다”며 “친환경적이고 조용한데다가 차지하는 공간도 상대적으로 작아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일이 적다”고 말했다.

  다른 발전기술과 비교해 연료전지는 에너지 변환율이 높은 편이다. 현재 발전기술의 대부분은 터빈을 회전시켜 얻은 기계적 운동에너지로 전자기석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화력, 원자력, 풍력, 태양열 발전 모두 터빈을 돌리는 연료가 다를 뿐 이에 해당한다. 연료의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화되는 중간 과정을 거치면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즉 최종적으로 전기에너지의 발생량은 줄어들어 에너지 변환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수소가 품은 화학에너지를 중간 변환 과정이 없이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기 때문에 전기에너지로의 변환율이 매우 높다. 한정우(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연료전지의 산화환원반응은 수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직접 바꾼다”며 “이론적으로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용화까지의 과제는

  연료전지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알칼리(AFC), 인산형(PAFC), 용융탄산염형(MCFC), 고체산화물형(SOFC), 고분자 전해질형(PEMFC), 직접메탄올형(DMFC)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SOFC와 PEMFC는 3세대, 4세대 연료전지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SOFC는 연료전지 중에서도 높은 효율을 자랑해 대규모발전용 연료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소규모 발전용인 PEMFC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활용되며 상용화의 첫걸음마를 뗐다.

  하지만 두 연료전지의 상용화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SOFC는 대규모발전용이지만, 화력발전소와 같은 초대형 발전이 기술적 한계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SOFC는 600~800℃의 고온에서 작동하는 특성이 있어 항상 그 온도를 유지해야만 작동한다. 현재로선 고온을 유지하는 기술이 부족해 SOFC로 구성된 거대한 발전소를 설계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또한, 대면적 스텍(단위전지 집합체)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기술도 숙제다. 이종흔(공과대 신소재) 교수는 “SOFC는 소수로 운영하는 분산형 발전에는 유리하지만, 초대형 발전은 불리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PEMFC의 경우,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의 가격이 비싸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연료전지는 산화환원반응을 촉진하는 촉매가 있어야만 사용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백금은 여러 촉매 중에서도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연료전지에 많이 이용된다. 특히 100℃ 정도의 저온에서 작동되는 PEMFC에선 백금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종흔 교수는 “비교적 낮은 온도인 50~100℃에서 수소가 양이온과 전자로 분해되기 위해서는 촉매 활성이 뛰어난 백금은 필수”라며 “저온 상태에서 백금과 같이 우수한 촉매 소재를 찾기란 어려운 기술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PEMFC 발전 속도에 비해 더딘 수소 공급 인프라 성장속도도 상용화의 장애물이다. 현재 수소는 천연가스의 개질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대규모발전용 연료전지는 개질기가 존재해 천연가스를 직접 투입하지만, PEMFC 등 소규모발전용 연료전지는 개질기가 없어 정제된 수소를 공급받아야만 한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 PEMFC 활용 상품이 증가해도 수소를 충전할 인프라가 부족하면 사용에 불편함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충전소가 10여 곳에 불과해 수소 공급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다. 심준형 교수는 “실상 수소 공급이 PEMFC 제품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현재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연구와 함께 인프라도 확충 중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와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고 있다. SOFC 분야는 당장은 초대형발전소로 설계하기보단 건물마다 기기를 설치해 발전하는 방식인 분산형 발전소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료전지 회사인 ‘블룸에너지’가 SOFC 건물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구글, 애플 등 굴지의 기업을 상대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도 정책적으로 2009년부터 ‘에너팜(ene-farm)’ 프로젝트를 시행해 SOFC를 포함한 가정용 발전기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심준형 교수는 “일본은 가정용 발전기는 이미 누적 공급 대수가 20만 대를 넘었다”며 “선진국들이 앞다퉈 SOFC 등의 분산형 발전소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PEMFC의 경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백금을 대체하거나 사용량을 최소로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백금과 유사한 전자구조를 구현하도록 여러 금속을 혼합하는 합금방법과 그래핀(Graphene) 등의 비금속계열 신소재를 대체물로 연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만약 백금을 사용하더라도 입자를 나노 크기로 줄여 표면적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심준형 교수는 “PEMFC의 작동온도보단 높지만, 최근 200℃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 백금보다 우수한 재료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백금을 대체할 소재가 발견된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수소 공급 인프라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연료전지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관련 시설을 대규모로 확충하고 있다. 특히 수소 충전소를 100개 이상 구축해 연료전지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심산이다. 우리나라도 인프라를 포함한 연료전지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수소경제를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2년까지 현재 10여개에 불과한 수소 충전소는 2022년까지 310개소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민관합동 수소경제 추진 위원회(취준위)를 발족했다. 추진위는 연말까지 연료전지를 포함한 수소경제 생태계 전반의 비전과 정책 목표를 담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해 체계적인 수소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연료전지가 펼칠 미래

  연료전지가 인류의 주 에너지원이 된다면, 수송 분야와 발전소 분야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수송 분야는 화석연료로 동력을 얻는 엔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버스나 트럭과 같은 대형 수송 차량은 무거운 무게로 인해 막대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만큼 그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다. 심준형 교수는 “트럭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전체 배기가스의 57%를 차지한다”며 “연료전지는 대형 차량의 대기오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연료전지 적용 분야로 드론 수송도 개발되고 있다. 현재 배터리 방식의 드론은 체공 시간이 짧아 중장거리 수송이 불가능하고 실어 나르는 무게가 커질수록 시간이 더욱 줄어드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상용 연료전지 드론은 6시간 이상의 체공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드론수송 시대를 가능케 한다. 또한,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분자인 만큼 연료로 인한 무게 증가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심준형 교수는 “최근 두산그룹이 연료전지 드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수송용 드론 시장은 연료전지 산업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송전을 통해 산업체와 가정으로 공급된다. 기존의 송전 방식으로는 송전 시 전기가 회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에너지가 손실된다. 하지만 연료전지 발전소가 대중화돼 건물마다 설치되면 송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없어져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더불어 연료전지는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에 별도의 보일러와 난방 장치를 대체할 수 있어 추가적인 화석연료 사용도 방지할 수 있다. 박석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료전지센터 책임연구원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기존 에너지와 융합해 차근차근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글│김인철 기자 charlie@
그래픽│이선실 디자이너

김인철 기자  charlie@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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