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감정부터 생리반응까지, 신체를 흔드는 향

고대신문l승인2018.09.18l수정2018.09.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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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찬(한밭대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미지의 세계 냄새감각인 후각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인간이 ‘냄새’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후각 시스템을 규명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리처드 악셀 교수와 린다 벅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냄새분자와 코 안에 있는 후각수용체 단백질이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짝이 맞으면, 뇌로 신호를 보내 냄새를 인지한다는 후각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후각감각기능의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이유는 시각, 청각 체성감각과 달리 화학수용기로서 자극 제시 및 측정의 통제가 어렵다는데 있다. 더욱이 시각 및 청각은 임상적 진단이 가능하도록 세계적으로 측정방법이 체계화됐지만, 화학수용기인 후각 및 미각은 정량적 측정방법이 확립돼있지 않다. 일례로 후각점막이 탈실되어 산재보험을 받으려 해도, 후각 감각기능의 객관적인 정량적 측정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신상태에 영향 미치는 이성의 체취

  후각은 자기 자신의 개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외부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날아다니는 조류는 넓은 시각만으로 충분하므로 후각은 퇴화하였고, 코의 기능은 단지 숨쉬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 같다. 그러나 후각이 고도로 발달 된 개의 경우, 옛날에 늑대의 일족으로서 도망가는 먹이의 발자국에서 느껴지는 지방산 분비물에 최대한 감응하도록 후각 장치가 발달했다. 실제로 개는 지방산 냄새에 인간보다 수만 배 민감한 반응을 보이나 꽃과 같은 냄새에는 감도가 1/1000 가까이 저하된다. 일상생활에서 꽃 냄새에 관심을 나타내는 개의 모습을 본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바나 초원에서 생활하는 코끼리의 후각은 지중에 남아 있는 적은 물을 감지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냄새는 인간의 정신상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남성과 여성이 격리돼 장기간 별거 생활을 할 때 후각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부각된다. 여성 죄수만을 수용하고 있는 형무소에선 때때로 소란이 일어난다. 연구 결과 소란은 높은 담 바깥에 남성이 지나갔기 때문에 발생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냄새가 형무소 안에 갇혀있는 여성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죄수만 수용했던 형무소의 독방에 남성이 방문 견학을 할 때 유독 오래 머물러 빨리 나오라는 독촉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즉 한 성별만 생활하는 곳에선 이성에게서 발생하는 체취에 대해 후각이 예민하게 되고 강한 자극을 받아 흥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커니즘은 남성들에게도 적용되는데, 알류산 열도나 남빙양 방면에 장기 출어하는 남성 어부들도 냄새에 따라 정신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이 어부들은 동성의 향기만 맡고 생활하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기가 드세지고 난폭하게 되어 사소한 일로도 다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 상태는 일단 항구에 돌아와서 이성을 대하면 깨끗이 없어져 버린다. 남성들만의 집단인 군대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이러한 예시들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체취가 남녀의 공존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이성의 체취가 남녀의 평화스런 공존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 향기는 기쁨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과 밀접히 연결돼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좋은 향기 맡으면 감정상태도 좋아진다

  뇌에서 냄새를 느끼는 부분은 감정을 지배하는 부분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향기는 기쁨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몇몇 향기는 혈압을 떨어뜨리고 명상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심리적 반응을 가져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여러 향기 중에서도 사과 향이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다고 조사 되어 있다. 나아가서 냄새로 체중조절도 가능하다. 초콜릿 등 높은 열량의 음식 냄새를 미리 맡으면 식욕이 감소될 수 있고, 나아가 억제까지 할 수 있다. 이는 맛의 80%가 냄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떤 향기든 그 향기가 강할수록 향기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냄새는 순환계에도 영향을 미쳐 인간의 감정에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은 악취를 맡으면 무의식적으로 호흡이 정지되거나 얕아지고, 좋은 냄새를 맡으면 호흡이 깊어지고 리듬이 늦어진다. 호흡이 깊어지고 리듬이 늦어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냉정을 찾을 수 있다. 좋은 냄새를 맡으면 혈압이 하강하고 뇌압도 저하되기에 긴장이 풀리는 등 진정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향료의 종류, 맡는 시간, 개인차에 따라 결과는 약간씩 다르게 나타나나 대개 수축기 혈압이 3~5mmHg 정도 하강한다고 한다.

 

체취가 주변인 월경주기 변화시킨다

  이어 생리적 영향을 살펴보면, 월경 시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체취에 대해 논할 수 있다. 여성 기숙사에서 새로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는 여성 학생의 월경이 선임 학생과 일치되는 현상이 발견되어 보고된 바 있었다. 남성들을 포함해 의사들까지도 모르는 사실이었으나, 여성들 간에는 ‘월경이 이동한다 (전염된다)’ 고 알려져서 예로부터 “월경 중의 여성에게 접근하면 옮겨진다”고 다른 여성에게 주의를 주었다고 전해진다. 멀리 출타했던 딸이 돌아와 모친과 동거하면 월경이 일치해지는 것도 알려진 현상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월경 시에 나는 여성의 체취가 원인이다. 이를 인간에게 보이는 페로몬(Pheromone)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성의 몸에는 호르몬(Hormone) 분비의 주기가 있어 배란이나 월경이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체취는 시기에 따라 약간씩 달라진다. 또한 월경주기의 제13일~18일 사이에 모기에 잘 물린다고 알려져 있으며, 원숭이가 그 여성 곁에 오면 소란을 피운다거나, 월경 중인 여성 곁에서는 수컷 양이나 소의 활동이 고조된다고도 보고되어 있다.

 

살균 목적으로 사용되는 천연향료

  덧붙여 향에 의한 살균력은 예로부터 향료가 약효가 있다고 대부분의 사람은 믿어 왔으며, 훈향으로 깨끗하지 못한 병을 퇴치할 수 있다고 여겼다.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영국에 페스트에 대처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향연(香煙)을 사용하였다는 것이 실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수십 년 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는 프랑스의 꽃을 재배하는 지대 또는 향료 공장의 사람들에게는 결핵 환자가 적다는 사실로부터 식물 정유에 살균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에센셜 오일 중에서는 타임(Thyme), 레몬그라스(Lemongrass), 베이질(Basil), 정향(Clove), 소나무(Pine), 계피(Cinnamon), 라벤더(Lavender), 약쑥, 재스민, 튜베로즈 순으로 살균력이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살균력은 균의 활성, 정유의 조성 등에 따라서 살균력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앞으로 식품 및 향장품의 살균 목적으로 인공 방부제 대신 천연 향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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