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는 가족, 친구, 동료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만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일반인이 살기 좋은 나라예요.”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한 사회에서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정신장애인 치료환경과 사회서비스 개선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신장애와 인권단체, 파도손’ 이정하 대표를 만나봤다.

 

- 인권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조현병 환자입니다. 아동기 때 성폭력을 당했고 청소년기엔 우울증이 와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죠. 거기에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조현병이 발병한 것 같아요. 환시가 보였고, 환청이 들렸습니다. 가족들에 의해 강제입원을 당했던 경험도 있고요. 사회 복귀를 한 후에는 취업도 안 되고, 사회서비스도 받지 못하니 힘들더라고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생각보다 훨씬 만연했죠. 이에 환우 15명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대응하려고 했으나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협동조합 지원부서, 정신보건팀, 장애인 복지과 모두 우리를 외면했습니다. 그때 정신장애 인권운동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활동을 한 지 10년 정도가 지났네요.”

 

파도손은 어떤 단체이며, 어떤 활동을 하나

  “파도손은 정신장애인이 만든 한국 최초의 당사자 사단법인이며, 올해 2월에 허가가 나왔습니다. 강제입원 관련 조항인 ‘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한 헌법소원에도 파도손이 주축이 됐죠. 정신장애인들이 강제 입원돼 학대와 폭력을 당하며 치료를 받는데도 아무도 문제로 삼지 않았거든요. 현재 파도손은 치료환경의 개선과 강제입원의 완전한 폐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능개선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어요. 특히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에 흥미를 느끼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정신질환자들은 교육을 잘 못 받고 자랐기 때문에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아요. 이런 기능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질환을 ‘승화’시키고 강점을 개발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비춰지는 조현병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디어에서는 조현병에 대한 왜곡이 심각합니다. 언론에서 ‘조현병 범죄’를 무겁게 다루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은 환시와 환청을 제어할 줄 압니다. 미디어는 사회가 외면하는 조현병 환자들은 조명하지 않으면서, 조현병 범죄자들에 대한 편파적인 방송 위주로 내보내고 있어요. 이는 혐오의 확산이며, 그 혐오의 희생자는 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치료받는 환경은 어떤가

  “적어도 제가 경험한 치료 환경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의 의사표현이 쉽게 무시됐어요. 치료 과정에서 학대를 당한 사례들도 많습니다. 법이 개정되면서 치료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상급병원과 하급병원의 정신건강 치료 시스템이 극단적인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급병원이 호텔 같다면, 하급병원은 포로수용소 같은 거죠.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다수 환자는 여전히 포로수용소와 같은 시설에서 치료를 명목으로 학대받고 있습니다. 국가가 병원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해 차별 없는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센터는 충분한가

  “지역 사회 인프라는 필수입니다. 주거, 일자리 등을 제공해 궁극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는 기능을 수행해줘야 하죠. 하지만 여전히 기초정신건강 복지센터가 미비한 실정이에요. 예산과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제대로 된 사례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복지센터는 중증정신질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을 위한 정신건강증진사업, 아동·청소년·노인건강사업, 자살예방사업, 중독예방사업을 모두 진행하고 있어요. 구멍가게에서 백화점 운영하는 격이죠. 이렇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방치되는 중증정신질환자가 많은 것입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요. 마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일이 아닌 것처럼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죠. 미디어에서 극단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도 정신장애를 마치 특수하고, 이상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신장애는 내 가정, 친구, 동료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니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정신장애인들의 원만한 사회 복귀와 명예회복입니다. 우리도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길 희망합니다.”

 

글·사진 | 김예진 기자 sie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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