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견을 묻지도 않고 강제 입원시켰었죠. 보호사와 간호사의 억압 아래 오래 있다 보니, 퇴원 후인 아직까지도 사람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해요.”

  정신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의 강제입원 조항은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낙인이 심화되면서 그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됐다. 그러나 인권침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며 2017년 5월 일부 개정됐다.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치료 환경과 부족한 지역사회 치료 인프라 문제에 대한 논의 또한 이어지고 있다.

 

의견 엇갈리는 강제입원 조항 개정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2017년 5월 정신보건법 개정을 통해 강제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개정 전에는 ‘환자가 정신질환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경우’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돼도 강제입원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두 요건 모두 충족시켜야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강제입원에 필요했던 전문의 진단 요건도 강화됐다. 기존엔 전문의 1인의 진단만 필요했지만, 개정 이후엔 ‘서로 다른 병원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일치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김우람 행정사무관은 “개정 전 강제입원 절차가 너무 간단했고 의사 1인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됐다”며 “헌재판결을 참고하고 UN 장애인권리협약에 비준해 정신보건법이 개정됐다”고 밝혔다.

  정신보건법 개정 이후 자의 입원율이 38.4%에서 62.9%로 증가했고, 강제 입원율은 61.6%에서 37.1%로 감소했다. 하지만 강제입원 요건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건 중 하나인 ‘자·타해 위험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윤호경 안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환자들을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을 수시로 경험한다”며 “자·타해 위험성이 모호한 경우 환자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치료도 할 수 없고 관리의 부담이 온전히 가족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강제입원 조항 개정에 정신의료계 측과 정신장애인권단체 측의 의견은 갈린다. 우선 의료계에선 ‘환자 보호’를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헌정(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개정 후 환자를 적기에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증상이 심각한 환자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망상과 환청이 심한 조현병 당사자들은 스스로 병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주변에서 입원을 시키는 것이 자신에 대한 위협이나 박해로 느껴지기 때문에 대부분 거부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신장애인권단체들은 ‘치료 환경의 문제’를 근거로 완전한 강제입원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신장애와 인권단체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치료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치료받고 싶은 환경이 아니기에 입원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치료 환경의 개선과 강제입원의 완벽한 폐지는 서로 연관된다”라고 말했다.

 

치료환경 개선 우선돼야

  전문가들도 열악한 치료환경에 대해선 대부분 동의한다. 상급병원과 하급병원 간의 치료시스템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윤석준(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하급병원은 쾌적한 시설로 만들려는 유인이 충분하지 않아 치료 시설을 유지하기에 급급하다”며 “하급병원의 정신병동은 수용시설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년 6개월 동안 폐쇄 병동에 강제입원 당한 조현병 당사자 A 씨는 “창밖을 보기조차 힘든 정신병동 안에서 외부와 소통할 수단은 공중전화밖에 없었다”며 “보호사, 간호사의 감시 하에 오래 있다보니 사회적 기능들이 많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급여를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 정신장애 당사자는 하급병원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윤 교수는 “정신병원 환자 8만여 명 중 60%가 의료급여대상자”라며 “병원에 다니다 보면 비용이 계속 발생해 환경이 좋지 않은 하급병원으로 입원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급병원의 전문 치료 인력이 부족한 점도 지적된다. 고영훈(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좋은 치료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훈련받지 못한 인력이 투입될 경우 치료 과정에서 학대나 폭력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치료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되고 있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영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치료환경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기홍(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고 싶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치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해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법적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시설·인력 부족 심각해

  정신장애 당사자는 퇴원 이후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에 연계돼 사후관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후관리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국구 기초정신건강센터는 총 238개소며, 정신재활센터는 총 245개소이다.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아예 없는 시·군·구도 있다. 최기홍(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장애 당사자 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며 “지역사회 재활 및 치료 기반이 약하다 보니, 퇴원 시 관련시설과의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에서 작성한 <2017 국가 정신건강 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지역사회 중증 정신질환자 43만 명 중 19.1%인 8만 명만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경우 센터 한 곳당 평균 8명이 근무해 1인당 기본 70~100명의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성북구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담당 정신건강요원 4~5명이 등록자 580명을 관리하고 있다. 정신건강요원 한 명이 120명에 달하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조철현(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현장에서는 인력이 적어 방문 상담과 사례관리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에 예산을 더 투입하고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없는 15개 군에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 인력도 충원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신하늘 행정사무관은 “봉사자 1인이 담당하는 질환자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5년에 걸쳐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인력 1455명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 김예진 기자 sierra@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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