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원들을 가족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지원해주고 싶어요. 야구부원들이 여러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도 해주고 싶네요.” 고려대 야구부를 후방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동시에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의 인생 멘토가 돼주는 사람들이 있다. 고려대 야구부 서포터즈 ‘야구하는 호랑이’의 지민구(철학과 86학번) 회장과 박희진(체육교육과 00학번) 사무총장이다.

 

  후배 위한 마음으로 만든 ‘야구하는 호랑이’

  ‘야구하는 호랑이’는 2015년, 체육교육과 00학번 교우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00학번 체교과 출신인 졸업생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선배인데 야구부를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어요. 큰 건 아니지만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선수들에게 밥이라도 사주는 순수한 서포터즈 역할을 해보자고 합심했죠.”

  ‘야구하는 호랑이’는 선수들과 자주 교류하며 응원하고 있다. 야구부의 시합이 있을 땐 경기장이 멀더라도 직관을 가서 팀에 힘을 불어넣는다. “요즘은 주말리그가 보은, 순천 같이 먼 곳에서 열려서 학생들은 직접 가기가 어려워요. 대신 저희라도 꼭 가서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하죠.”

  재작년엔 선수들과 함께 친선 야구경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민구 회장은 이런 친선행사가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기적인 행사로 자리잡도록 서포터즈와 선수단 간의 교류를 지속할 계획이다. “송추구장에서 선수들과 서포터즈 회원들이 섞여서 친선 야구경기를 했어요. 서포터즈에 속한 사람들도 고대 야구부 출신이거나 야구를 좋아하는 교우들이기 때문에 경기가 잘 진행됐습니다. 현역 선수들은 원래의 반대편 타석에서 좌우를 바꿔 타격하는 식으로 진행했죠.”

 

  응원에서 멈추지 않는 아낌없는 지원

  ‘야구하는 호랑이’는 야구부를 응원하고 선수들과 교류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수들의 미래 설계까지 돕고 있다. 박희진 사무총장은 후배 야구선수들의 진로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재학생 시절부터 해왔다. 그리고 그 생각을 키워 작년 12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인 대리인 시험에 응시했다. 결국 10년간 일하던 기업에서 나와 KBO의 첫 공인 대리인이 됐다. 지금은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을 만나며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 “사실 제도적으로 대학 야구선수는 프로구단에 입단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어요. 때문에 선수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죠. 하지만 그런 선수들에게 길을 제시해주고 싶어요.”

  실제로 이번 고연전에 선발투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큰 임양섭(사범대 체교14, 투수)과 졸업생 송상민(사범대 체교13, 1루수)은 박 사무총장의 도움을 받아 고연전이 끝난 후 일본 독립리그 구단으로 입단테스트를 받으러 떠난다. 박 사무총장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진로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지만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이 끝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실제로 일본 독립리그에서 프로야구로 진출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고연전 전엔 야구부원들과 ‘야구하는 호랑이’가 함께 출정식을 치른다. “고연전 승리를 위해 선수들을 응원하는 자리를 마련하죠. 서포터즈 회원들과 선수, 코칭스태프들이 한데 모여 식사해요.” 지민구 회장과 박희진 사무총장은 이번 고연전에서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경기를 즐기며 좋은 결과를 만들길 바란다. “고연전에 대한 각오는 당연히 필승·전승·압승이죠. 하지만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갖기보다 행사 자체를 즐기면서 스스로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권병유 기자 uni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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