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군단 장교 후보생들이 연병장에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 단복을 갖춰 입은 후보생들이 힘차게 경례하고 있다.

  각 잡힌 단복을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이들. 검정 베레모를 반듯이 쓰고 단가방을 쥔 채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늠름하다. 장교라는 목표를 향해 한발씩 내딛는 본교 장교 후보생들은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교육과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본교 녹지캠퍼스에 위치한 학생군사교육단(단장=손봉석 대령, 학군단)을 찾아가봤다.

 

  학군단 후보생들의 ‘0교시’

  긴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달 27일, 학군단은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오전 7시에 시작하는 군사학 수업 때문이다. 교과수업과 시간이 겹치는 것을 피하고자 이른 시간에 배치된 군사학 수업을 듣기 위해, 후보생들은 일찍 일어나 첫차를 타고 수업에 온다. 아침잠이 가시지 않아 피곤이 몰려오지만 애써 졸음을 피해 본다. 아침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시간부터 후보생의 하루는 벌써 시작됐다.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학군단 수업은 군사 전술, 리더십 등을 다룬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법과 전략은 무엇인지, 어떻게 부하 병사를 잘 이끄는 간부가 될 수 있는지를 공부한다. 후보생들이 훌륭한 장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군사학적 소양들을 하나둘 닦아 나가는 시간이다.

  약 두 시간에 걸친 군사학 수업이 끝나자, 후보생들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하나둘씩 연병장으로 들어섰다. 체력단련을 하기 위해서다. 임관 종합평가에 체력 평가가 있을 만큼 후보생들에게 체력은 중요한 요소다. “지금부터 국군 도수체조를 실시한다. 체조는 1번 다리운동부터 12번 숨쉬기운동까지 1회만 실시한다.” 원중연(문과대 독문15) 4학년 대대장 후보생의 우렁찬 구령에 맞춰 후보생들이 굳은 몸을 풀었다.

  체조가 끝나자 후보생들은 곧바로 학군단 뒤편 개운산으로 뛰어 올라갔다. 길도 제대로 닦이지 않은 울퉁불퉁한 산길을 무서운 속도로 헤쳤다. 군데군데 솟아난 나무뿌리와 바위를 요리조리 피해 3km 산길을 15분 만에 주파했다. 뒤처지는 후보생을 이끌던 원중연 대대장 후보생이 산악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평소에 산지에서 달리기 연습을 해둬야 평지에서 뛰기가 편합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자발적으로 개운산을 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거친 호흡 소리가 개운산에 울렸지만, 누구 하나 낙오하는 이 없었다.

  고된 달리기로 후보생들 몸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 옷이 함빡 젖었다. 하지만 최강현(사범대 체교16) 3학년 대대장 후보생은 오히려 가뿐한 표정이다. “뛸 때는 항상 힘들지만, 막상 끝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개운해집니다.” 송골송골 맺힌 구슬땀을 뒤로하고, 후보생들은 단복을 챙겨 입고 다시 학생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가족같은 간부가 되고 싶습니다”

  본교 학군단은 1961년 창설돼 2018년 현재까지 7500여 명의 장교를 배출했다. 초기에는 한 해 200여 명에 이르는 인원이 소위로 임관했지만, 국방 인력이 감축되면서 2018년 초에는 62명의 후보생이 임관식을 치렀다. 이병록(미디어 15) 후보생에게 학군단은 리더십과 시야를 키우는 장이다. “이왕 군대에 가는 거 장교로 입대해 리더십을 길러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학군단 생활을 통해 좁은 시야가 트이고 남들을 이끄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60여 명의 학군단 후보생은 머지않아 사병들을 이끄는 군의 간부가 된다. 최강현 후보생은 간부로서의 분명한 목표를 밝혔다. “군대는 분명히 계급이 있는 집단입니다. 그렇지만 그 계급을 지키면서도 병사들에게 친구처럼, 가족처럼 다가갈 수 있는 간부가 되고 싶습니다.”

  후보생들이 선택한 장교의 길은 남들이 택한 군 생활과는 조금 다르다. 졸음과 싸우며 수업을 듣고, 육체의 한계를 매번 시험해야 한다. 오늘도 그들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리더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글 | 김태훈·전남혁 기자 press@
사진 | 김태훈 기자 foxtrot@
사진제공 | 고려대 학생군사교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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