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회관 맞은편에 위치한 성복중앙교회는 2013년부터 지역청년들을 위한 무료아침식사 제공 봉사 ‘새벽만나’를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교인들을 위주로 하루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이용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 현재는 인근 유학생과 자취생을 포함해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원 속에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새벽만나’를 처음 기획한 장본인이자, 올해로 9년째 성복중앙교회의 담임목사로 재직하고 있는 길성운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밥값 걱정하는 학생들, 배불리고 싶었죠

  길성운 목사가 ‘새벽만나’를 시작하게 된 건, 교회에 출석하던 어느 학생으로부터 들은 우연한 이야기에서 부터였다. “고려대 안의 한 학생식당에서 반찬 가짓수에 따라 밥값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밥값을 아끼려 콩자반 한 접시를 집는 데도 몇 번이나 망설이다 결국 집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길성운 목사 자신도 학창시절 홀로 상경해 어렵게 생활했던 경험이 있어, 밥값에 쪼들리는 학생들의 처지에 누구보다 공감한다고 했다. “특히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따뜻한 아침밥으로 그들을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

  무료로 제공하는 음식이지만, ‘새벽만나’는 맛과 영양이 고루 잡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채소와 과일을 잘 섭취하지 못하는 요즘 대학생들을 위한 건강한 식단을 짜려고 항상 고민해요. 거기다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고기반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찾는 비기독교인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전도와 관련된 행위는 일절 금지하고 있다. “전도를 하지 않는 건 ‘새벽만나’의 가장 큰 원칙이에요.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새벽만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교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재료 준비와 조리, 뒤처리까지 모두 조건 없는 봉사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매일 두 분의 주방장이 새벽 3시까지 출근해야 해요. 아주머니들도 새벽같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배식이 끝난 후의 설거지도 우리 몫이죠.”

 

  종교를 초월한 베풂 실천하고파

  3년 전, 본교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새벽만나’를 둘러싼 때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가 전도할 권리’를 놓고, 자그마치 300여개에 육박하는 댓글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당시의 소동은 길성운 목사의 귀에도 들어갔다. “한 학생의 아이디를 빌려, 직접 고파스에 글을 남겼습니다. ‘새벽만나’의 핵심은 종교를 초월하는 사랑이니,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하고 누구든 편하게 와서 아침을 먹으라고요.”

  학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와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길성운 목사는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무료로 아침밥을 베푸는 행위 자체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지역청년들을 이렇게나마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새벽만나’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던 졸업생들로부터 온 편지가 도착할 때도 있다. 그 중엔 ‘새벽만나’를 위해 써달라며 기부금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요. 이 사업을 함에 있어 가장 큰 보람이자 원동력이 아닐까요.”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항상 기도합니다

  ‘새벽만나’ 사업 외에도, 성복중앙교회는 20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본교에 기부하며 학생들을 챙겨왔다. 그래서 성복중앙교회는 2013년에 제7호 크림슨클럽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길성운 목사는 교회의 존재 이유가 ‘지역을 섬기기 위함’이라 강조한다. “고려대는 국내 최고의 대학이자 우리 교회의 자랑스러운 이웃입니다. 소중한 이웃을 섬기고, 또 국가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큰 기쁨이에요.”

  길성운 목사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관심이 많다. “청년들은 머지않아 사회의 중추가 될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청년들이 건강해야 국가와 사회가 살 수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제 신념입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너무나 각박한 작금의 현실에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쉼 없이 달려도 현실은 녹록치 않아요.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청년들을 도와, 그들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길성운 목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청년답게 웃었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반드시 환한 미래가 열릴 것이라 믿습니다.” 덧붙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당부했다. “언제나 우리는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절대 그 기도를 외면치 않으실 겁니다.”

 

글·사진 | 박진웅 기자 queb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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