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쓰레기 대란’ 이후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대책엔 폐기물 수거·선별 업계 지원책도 포함돼있으나 업계에선 분리배출 단계부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미디어관에 배치된 한 쓰레기통에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가 한 데 섞여있다.

  제대로 안 되는 분리배출

  가정과 상가 등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은 구청과 담당 민간업체에서 수거해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로 나뉘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일반쓰레기는 주로 소각되고, 음식물쓰레기는 처리시설로 운반된다. 재활용품의 경우 재활용 선별장으로 옮겨 분류 작업이 이뤄진다. 1일 평균 쓰레기 발생량이 300kg 이상일 경우에는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며 이 경우엔 폐기물 배출자가 스스로 처리하거나 민간업체에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

  다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쓰레기가 뒤섞여 처리되는 일이 허다하다. 환경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량제봉투 속 폐기물의 54%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성북구 일부 지역의 폐기물 수거를 담당하는 ‘강남환경’ 김찬호 주임은 “재활용쓰레기와 일반쓰레기가 분리가 안 되기도 한다”며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경우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배출하고 있지만, 주택가에서는 품목별로 배출하지 않고 한군데 모아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의 경우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의 분리배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본교 역시 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어 건물 내에선 분리배출을 하지 않고 있다. 총무부 전홍근 과장은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를 구분하는 외부 쓰레기통과 달리 건물 내부에는 별도로 구분이 돼 있지 않다”며 “학교처럼 사람이 많아 쓰레기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곳은 폐기물을 분리수거하는 형태는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수작업으로 재활용쓰레기 선별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성북구의 한 작업장엔 각종 잔재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수익성 낮은 구조, 선별에 한계 있어

  폐기물 수거·선별 업계에선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선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폐기물 수거·선별 기업이 쓰레기 선별 및 폐기물 처리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선별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영세한 선별업체들의 경우,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선별작업에 일손이 더 필요한 상황에 부딪히면 난감하다. 추가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오길종 연구원은 “일반쓰레기가 재활용쓰레기에 섞여 있거나, 잔재물이 남아있는 채로 배출한 것을 구분해 내는 작업이 더해지면 인건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오염된 쓰레기들이 많아질수록 대량으로 세척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활용 품질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활용 품질이 하락하게 되면 폐기물 수거·선별 기업의 수익에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 재사용 업체에서 매입을 거부하거나 세척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재사용·재생이용 가능한 유가성 품목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폐기물 수거·선별 업계엔 악순환인 셈이다. 성북구 재활용 선별업체 대표 A 씨는 “재사용 업체에서 재활용품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폐기물의 세척비용을 선별업체에 전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입된 유가성 품목 외 재활용쓰레기의 경우 잔재폐기물로 처리되는데, 이 비용도 선별업체가 지불해야 한다. 이 잔재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톤 당 약 12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6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본교가 위치한 성북구는 1일에 136톤의 폐기물이 재활용되고 있다. 이 중 잔재쓰레기 비율은 35%에 달해 선별업체가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한 달에 약 1억5000만 원에 육박한다.

  공공기관 차원에서 선별업체의 악화된 수익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해결은 난망하다. 성북구청의 경우 시설 감가상각비, 처리비 등 각종 지원금을 운영하고 있으나 지역 내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A 대표는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자체에서 지원받고 있긴 하지만 재활용 품목의 유가성이 대체로 낮아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출, 그 첫 단추를 잘 꿰야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는 폐기물 수거·선별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돼 있다. 재활용품 가격 하락 시 민간 수거업체가 지급해야 하는 수거 단가를 인하할 수 있는 ‘가격연동 표준계약서’를 보급했으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의 지원금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EPR제도에 의해 생산자가 생산량에 맞게 낸 재활용 분담금을 지원금의 형태로 재활용 업체들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초기단계부터 시민들의 확실한 분리배출 습관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폐기물 수거·선별 업체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통해 배출 단계부터 선별비용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계속되는 인건비 상승과 낮은 재활용품 유가성으로 인한 적자를 지원책만으로 상쇄하기는 힘들단 것이다. 재활용 선별업체 대표 B씨는 “협약을 맺은 사업장에 최소한의 재활용통이라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분리배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조금만 분리배출에 신경 쓰면 버릴 것이 없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A 대표는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분리배출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분리배출을 독려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포천시는 ‘쓰레기 배출 표기제’를 도입해 종량제봉투에 암호화된 개인정보 바코드를 붙여 쓰레기를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포천시 행정구역 중 고모3리 상가와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포천시청 청소행정팀 양영언 팀장은 “재활용품을 철저히 분리해 페트병 같은 경우에는 라벨지와 뚜껑까지 분류하고 압착해 내놓게 하고 있다”며 “재활용품들이 상당히 깨끗하고 품질이 우수하게 나와 지역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북구에서도 ‘비닐 요일제 배출’을 통해 이와 같은 노력에 동참키로 했다. ‘비닐 요일제 배출’은 종암동을 비롯한 성북구 7개 동에 시범 운영되는 제도로, 금요일에만 비닐을 따로 배출하고 수거하는 제도다. 성북구청 청소행정과 조성호 주무관은 “재활용쓰레기 중 상당량이 비닐이라 비닐만 따로 분리해도 선별이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

 

글 | 엄지현 기자 alfa@
사진 | 엄지현·조은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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