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볼 판정 논란 속에 작년 고려대는 1점 차로 연세대에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고려대 야구부는 올해 설욕전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지만, 부상 선수가 속출하여 전력이 열세인 상황이다. 야구는 아무리 잘하는 팀도 10번 중에서 6번 이상 이기기가 어려운 스포츠다. 고려대 야구부 김호근 감독은 “물러설 곳 하나 없는 단판 승부 정기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악재 겹쳐 고전한 고려대

  고려대는 올해 ‘전국대학야구 U리그’(U리그)에서 14경기 동안 7승 1무 6패, 승률 0.538로 조 5위에 그쳤다. U리그 각 조 4위까지 진출하는 왕중왕전 진출에도 실패했다. 고려대의 부진은 에이스 임양섭(사범대 체교14, 투수)의 부재와 ‘한방 없는’ 타선 때문이다. 임양섭은 작년 실패했던 프로 진출에 재도전하기 위해 팀에 합류했지만, 학점을 채우지 못해 U리그 출전이 무산됐다. 그 와중에 타선은 개막전 지승후(사범대 체교16, 포수) 외에 단 한 명도 U리그에서 홈런을 뽑아내지 못하며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한 면을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 선수도 속출해 선수층이 더 얕아졌다. 그중에서도 팀 내에서 포수를 맡고 있는 지승후와 장태웅(사범대 체교15, 포수)이 모두 부상으로 연이어 이탈한 것이 고려대에겐 가장 치명적이었다. 지승후의 부상 후 주전 포수 장태웅까지 U리그 후반기에 심각한 무릎 부상으로 빠지자 고려대는 엔트리에 포수 포지션을 볼 선수가 없는 상황에 처했다. 김호근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강준혁(사범대 체교17, 1루수)을 포수로 기용했다. 하지만 포수 경험이 부족한 강준혁은 상대에 잦은 도루와 폭투를 허용했고, 이로 인해 쉽게 점수를 내주며 무너지는 경기도 늘었다. 김호근 감독은 “올해 연세대에는 발이 빠른 선수들이 많다”며 “강준혁 선수가 연세대의 기동력을 얼마나 저지해줄지가 승부처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U리그에선 부진했던 고려대지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선수권대회)에선 17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선전해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임양섭의 합류로 마운드가 탄탄해졌고, 타선의 집중력도 높아져 U리그 때와는 전혀 다른 팀의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4강에서 성균관대와 연장 11회 접전 끝에 패배했지만, 전체적으로 향상된 실력으로 고연전을 기대케 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강력한 타선, 안정적 마운드 갖춘 연세대

  고려대가 고전한 반면 연세대는 올해 U리그에서 13경기 11승 1무 1패, 승률 0.917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타자들은 13개 홈런과 0.322의 팀 타율을 기록하며 연일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투수들도 박윤철(연세대15, 투수), 성재헌(연세대16, 투수)이 기복 없이 마운드를 안정적으로 지키며 승리에 일조했다.

  연세대는 U리그 외의 대회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기복 없는 강타자 김종선(연세대15, 1루수)은 올 시즌 타율 0.405를 기록했으며, 원주연(연세대15, 좌익수)은 혼자서 4홈런을 뽑아냈다. 여기에 신입생 백도렬(연세대18, 우익수)이 가세해 타율 0.409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공수 모두 막강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고려대 투수 박건우(사범대 체교17, 투수)는 백도렬을 견제대상 1호로 뽑았다. 박건우는 “비정기전에서 백도렬에게 홈런을 맞은 적 있다”며 “신입생이라 패기도 있고 타구의 질이 남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운드에서도 박윤철이 시즌 동안 혼자 81이닝을 소화하며 12승 2패, 방어율 2.33으로 선방했고, 성재헌도 55 2/3이닝동안 방어율 3.05를 기록하며 박윤철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였다. 이변이 없는 한 두 투수가 고연전에 출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단판 승부…투타 집중력 요구돼

  전력 열세에 처해 있는 고려대지만 투수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고 타자들이 집중력 있게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단판 승부인 고연전에선 승산이 있다. 고려대가 연세대에 유독 강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고려대가 집중력 있게 경기하면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한양대 야구부 김기덕 감독은 “연세대가 전력에서 앞서는 건 사실이지만 고연전은 단판으로 결정되는 큰 경기”라며 “고려대가 연세대에는 유난히 강하기 때문에 실제론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려대가 승리하기 위해선 투수 임양섭과 박건우의 활약이 절실하다. 선발 투수로 유력한 임양섭은 U리그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대학야구에서 손꼽히는 투수지만, 지난해 프로 진출에 실패한 이후 약점이었던 구속을 올해 대폭 끌어올리며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작년만 해도 평균 구속이 120km대에 머물렀던 그가 최고 구속을 138km까지 올려 본인의 장기인 완급조절 능력을 더 향상시킨 것이다. 임양섭은 “예상 상대 투수인 박윤철, 성재헌보다 야구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했기에 자신 있다”며 “능숙한 경기운영과 완급조절로 타선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양섭이 선발 투수로 나선다면 다음으론 박건우가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건우는 임양섭과는 반대되는 투구 스타일로 최고 구속 144km의 공으로 타자를 힘으로 누르는 스타일이다. 또한 비정기전에서 4이닝 동안 1실점으로 연세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호투했다. 김호근 감독은 “아직 고연전 선발 투수가 정해진 건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임양섭이나 박건우 같은 주요 투수들이 잘해줘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타자들의 집중력 있는 플레이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양 팀의 전력 차이를 감안했을 때, 고려대가 모험을 거는 전술을 펼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홍익대 야구부 장채근 감독도 “고려대가 연세대의 강력한 투수진을 상대로 점수를 크게 얻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기동력을 활용한 ‘발야구’나 집중력 있는 수비를 하는 ‘정밀한 야구’로 조금씩 점수를 얻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훈련도 실전처럼, “그날을 생각하며”

  고려대 야구부는 9월10일부터 9월22일까지 전남 함평군에 12박 13일간 전지훈련을 떠났다. 오직 5일에 있을 고연전만을 바라보고 훈련에 돌입했다. 작년에 이은 연패는 없다는 김호근 감독의 확고한 의지가 작용했다. 김 감독은 “정기전을 하는 잠실구장이 천연잔디라 미리 천연잔디에 적응하기 위해 왔다”며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지훈련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선수들도 전지훈련을 통해 팀이 단합됐고 정기전 승리의 의지를 굳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 고연전을 앞둔 고려대 야구부 최수현(사범대 체교15, 2루수) 주장은 “모두가 진지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기에 반드시 승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편입해 첫 고연전을 뛰게 된 김성수(사범대 체교17, 우익수)도 “전지훈련을 통해 훨씬 더 단합되고 강해진 것 같다”며 “얼른 경기를 뛰고 승리를 만끽하고 싶다”고 전했다.

 

글│박성수 기자 yankee@

사진│고대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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