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선수가 파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빠른 파울을 시도하고 있다.

  “삑!”, “삐익~!”, “삐이이이익~!”. 농구 경기 4쿼터 후반에는 파울을 선언하는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잦아진다. 반칙 횟수에 관련된 룰을 모르는 관중은 파울을 일삼는 플레이가 비신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눈 깜짝할 새에 5점 차도 뒤집을 수 있는 최후의 작전, ‘파울 작전’의 일부다.

 

  역전 드라마를 위한 비장의 카드, 파울 작전

  파울 작전을 이해하기 위해선 농구의 파울 규칙을 먼저 알아야 한다. 반칙 횟수와 관련한 이 특이한 규칙은 ‘팀파울’이라 불린다. 대한민국농구협회 ‘2018 KBA 규칙서’에 따르면 한 개의 피리어드에서 팀이 파울 4개를 범했을 시, 해당 팀은 ‘팀파울 벌칙’ 상태에 있게 된다. 이후 상대에게 퍼스널 파울을 범할 때마다 2개의 자유투가 주어진다. 따라서 한 쿼터에 5개 이상 파울을 범한 팀은 추가적인 파울을 할 때마다 상대에게 자유투 2개를 준다.

  파울 작전은 팀파울 벌칙을 역이용하는 전략이다. 의도적으로 파울을 냄으로써 상대의 득점 기회를 제한하고, 공격권을 확보해 점수 차를 좁히는 것이다. 이 작전을 전개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4쿼터이거나 연장전 후반부여야 하며, 지고 있는 팀은 팀파울에 걸려있어야 한다.

  우선 지고 있는 팀은 상대가 공을 잡자마자 일부러 최대한 빠르게 파울을 범한다. 규칙에 따라 이기고 있는 팀은 2개의 자유투를 얻게 된다. 여기서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켜도 2점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유투 이후 공격권이 다시 지고 있는 팀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3점 슛을 시도해 조금씩 점수를 좁혀나갈 수 있다. 만일 이기고 있는 팀이 2회의 자유투 중 하나라도 놓치게 된다면 역전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농구전문지 ‘점프볼’ 김용호 기자는 “막판 짧은 시간 안에 또 한 번의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파울 작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타이밍을 적절하게 잡고 뛰어난 3점 슛 성공률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승부에 큰 영향을 주는 파울 작전

  파울 작전은 순식간에 점수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작전이다. 아무리 경기 내내 리드를 잡고 있었다 해도, 상대 팀이 파울 작전을 시도하는 순간에 집중력을 잃으면 역전패를 당한다. 2004년 NBA 휴스턴 로케츠는 샌안토니오와의 경기 중 파울 작전을 통해 37초 만에 13득점을 올려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경기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샌안토니오에겐 큰 충격을 안겼던 역사적인 명승부였다.

  단판 승부인 고연전 역시 마지막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점프볼 임종호 기자는 “단판 승부에서는 자유투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파울을 당한 선수가 자유투를 던지기 때문에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상대 선수를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고연전에서는 고려대가 60-58로 앞서던 4쿼터에 연세대가 막판 파울 작전으로 고려대를 위협했다. 고려대가 마지막 수비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무승부나 패배로 경기가 끝날 뻔했다. 김용호 기자는 “특히 단판 승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큰 점수 차가 아닌 이상 이번 고연전에서도 막판에 파울 작전이 실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 | 권병유 기자 uniform@

사진 | 고대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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