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연전 스코어 0대 3으로 통합전적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도 고려대 럭비부는 열심히 싸웠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당시 상승세를 타며 고연전을 준비했던 럭비부였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올해는 상황이 더 녹록치 않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며 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연세대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비관만 할 수는 없다. 단판 승부인 고연전에서 고려대가 ‘역대급 반전’을 만들 수도 있다.

 

  부상이탈자 속출한 고려대

  올 상반기는 고려대 럭비부에게 힘겨운 시기였다. 첫 경기부터 만만치 않았다. 시즌 첫 번째 대회였던 전국 춘계럭비리그(춘계리그)에서 첫 상대로 만난 경희대에게 후반 40분 역전 트라이를 허용하며 안타깝게 패배했다. 이어진 단국대전에선 승리를 챙겼으나, 마지막 상대인 숙적 연세대를 상대로 21대 40으로 패하며 3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경기 전반전은 비교적 잘 이끌어나갔으나 앞선 경기에서의 부상으로 에이스 최문혁(사범대 체교15, 플랭커)이 빠지게 되면서 결국 후반전에선 한 점도 내지 못했다. 춘계리그에서 3년 연속 우승을 하던 럭비부였기에 우승 무산의 충격은 매우 컸다.

  고려대 럭비부의 성적 부진은 춘계리그 직전부터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라인업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리그 시작 전 주전 센터 이승훈(사범대 체교 16, 아웃사이드센터)이 부상을 당했고, 김창대(사범대 체교17, 아웃사이드센터)는 춘계리그 단국대전에서 뇌진탕으로 실려 나갔다. 주축이 된 두 선수가 이탈하면서 전력도 크게 약화된 것이다. 주전 라인업 구성이 어렵게 되자 고려대는 대통령기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 참가까지 포기했다.

 

  새롭게 준비한 스탠딩 럭비

  기존 고려대 럭비부는 페이즈 플레이, 빠른 플레이를 준비해 왔다. 페이즈 플레이는 공격권 소유를 유지한 상태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략이다. 대한럭비협회 김승준 명예기자는 “페이즈 플레이는 축구의 점유율 중심 전술과 유사하다”며 “공을 빠르고 안전하게 확보해야 공격권 소유를 유지할 수 있기에 빠른 플레이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의 럭비부는 선수 이탈로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고려대 럭비부 이광문 감독은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전술을 준비하고 있다. 이광문 감독은 “기존의 시스템(System) 럭비에서 있던 것을 가지고 가되, 플러스 옵션으로 스탠딩(Standing) 럭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럭비는 어떤 선수가 공격을 맡고 다음 플레이를 진행할지를 사전에 준비해 계획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이다. 고려대는 이 전술로 작년 정기전을 제외한 모든 주요 경기에서 우승하며 그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에 추가한 스탠딩 럭비 전술은 수비 시 상대방이 넘어지더라도 항상 일어선 채로 상대방을 저지해 상대의 페이즈(Phase) 플레이를 막는 전략을 의미한다.

  전술이 성공하려면 상대 선수들보다 많은 수가 일어서 있어야 한다. 일어서 있는 선수들이 상대방을 저지해 공격을 차단하고 경기 템포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연세대보다 수비가 상대적으로 약해 스탠딩 럭비 전술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앞세운 연세대…고려대만의 색깔로 극복해야

  연세대는 우수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스크럼, 라인아웃과 같은 대형을 짜야하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잘 잡는다. 에이스 김영환(연세대 체교16, 윙)을 필두로 다양한 상황에서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득점을 연이어 나간다. 연세대 스포츠 전문지 ‘시스붐바’ 정현묵 럭비 담당 기자는 “연세대 럭비부의 강점은 두터운 선수층”이라며 각종 “변수 대응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우수한 피지컬과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연세대는 올해 춘계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서울시장기에 이어 대통령기 우승까지 주요 대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통해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받은 수비까지 보완했다.

  연세대의 강력한 피지컬에 맞서기 위해 방학 동안 고려대 럭비부는 체력과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전반전에 비해 처지는 후반전 경기력 보완을 위해 격주로 기초체력 훈련을 병행했다. 방중 훈련 동안에는 일본 탑리그 ‘도시바(Toshiba)’ 테페이 토미오카 전임감독의 기본기 지도도 있었다. 조선호(사범대 체교15, No.8) 고려대 럭비부 주장은 “패스, 러크 자세 등 기본적인 스킬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시고, 정기전에서 가지고 가는 경기 패턴도 보완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세대의 낙승을 예상하지만, 새롭게 선보일 스탠딩 럭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결과는 모른다. 이광문 감독은 “기존 시스템 럭비와 추가된 스탠딩 럭비만 준비한 대로 잘 활용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호(사범대 체교15, No.8) 주장은 “입학 후 3번의 정기전에서 한 번도 승리해보지 못해 아쉽다”며 “이번에는 고려대 럭비부만의 색깔을 잘 발휘해 꼭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러크

공이 땅에 떨어졌을 때, 공을 차지하기 위해서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포개는 동작을 말한다. 러크로 결속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나의 팔을 같은 팀 선수들끼리 걸어야 한다.

스크럼

선수들이 서로 팔을 걸어 상대 팀을 앞으로 밀칠 수 있게끔 터치라인과 골라인 안쪽에서 짜는 기본 대형이다. 3-4-1 대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양 팀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 주변으로 모여서, 공을 놓치게끔 태클을 걸어 전진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형을 말한다.

 

글│이현수 기자 hotel@

사진│고대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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