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선수! 라인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습니다. 빠르네요!” 럭비경기 해설을 보다 보면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선수들을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번호로 각자의 포지션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럭비에선 선수의 포지션에 따라 등번호가 고정된다. 이 때문에 야구나 축구와 달리 영구결번도 없고 선수가 임의로 자신의 등번호를 선택할 수도 없다.

 

  강한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포워드

  럭비의 포지션은 크게 포워드(Forward)와 백스(Backs)로 나눌 수 있다. 럭비에선 포워드 8명과 백스 7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포워드에게는 1번부터 8번까지의 등번호가 주어지고, 백스에겐 9번부터 15번까지의 등번호가 주어진다. 이 중 포워드는 가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포워드에게는 강한 피지컬이 필요하다.

  포워드는 프롭(Prop), 후커(Hooker), 록(Lock), 플랭커(Flanker), NO. 8로 나눠진다. 이 중 프롭과 록은 함께 스크럼을 이룬다. 프롭은 등번호 1, 3번을 사용하며 팀에서 덩치가 큰 선수들이 배치된다. 록은 등번호 4, 5번을 사용하며 팀에서 키가 큰 선수들이 전담해 라인아웃 시 공을 잡는 역할을 수행한다. 포워드 포지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는 등번호가 8번인 NO. 8이다. NO. 8은 포워드 전체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주장 조선호(사범대 체교15, NO. 8)는 “NO. 8은 포워드 선수 전반을 리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포지션보다도 탄탄한 기본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연전에선 윙 포워드 포지션인 플랭커에 주목해야 한다. 주요 득점원인 컨버전 킥을 차는 전담키커가 플랭커이기 때문이다. 럭비에선 킥을 요구로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에 대비해 각 팀에선 전담 키커를 정해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스인 10번 스탠드오프(S.O)와 15번 풀백(Full-back)이 킥력이 좋아 키커를 맡지만, 고려대는 6번 플랭커인 손민기(사범대 체교16, 플랭커)가 ‘컨버전 킥’을 전담한다.

 

  빠른 발과 넓은 시야 필요한 백스

  백스는 뒤쪽에서 상대의 백스를 막거나 득점을 따내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빠른 발과 넓은 시야가 요구된다. ‘백스(backs)’라 하면 후방에서 수비를 담당하는 포지션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럭비에서 백스는 공격을 담당하는 포지션에 해당한다. 백스 포지션은 9번부터 15번까지로 스크럼하프(Scrum half), 스탠드오프(Stand off), 센터(Centre), 윙(Wing), 풀백으로 나눠진다.

  이 중에서도 등번호 10번에 해당하는 스탠드오프 포지션은 공격의 선봉으로서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더불어 컨버전 킥, 페널티킥과 공을 땅에 튕긴 후 차는 드롭킥까지 대부분의 킥을 전담하기도 한다. 때문에 스탠드오프는 킥의 힘과 정확도가 모두 좋은 선수가 맡게 된다. 본교 스포츠전문지 ‘SPORTS KU’ 김유나 럭비담당기자는 “고려대의 경우 컨버전킥 외의 모든 킥을 스탠드오프 정재호(사범대 체교18, 스탠드오프)가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등번호 9번을 배정받는 스크럼하프 포지션은 공격 시 스탠드오프에게 공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스탠드오프는 스크럼하프의 공을 이어받아 킥을 이용한 패스나 공격을 시도한다. 따라서 무릎과 허리가 강해야하고 정확한 패싱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고연전에선 백스 중에서도 윙 포지션에 주목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윙 포지션은 11번, 14번을 배번 받는다. 공격 시 양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수비를 돌파하는 것이 주 임무다. 때문에 윙에게는 상대 수비를 이기기 위한 속도와 민첩성이 요구된다.

  연세대 14번 윙인 김영환(연세대 체교16, 윙)은 자타가 공인하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넓은 활동범위를 통해 공격을 이끌어나간다. 연세대 스포츠 전문지 ‘시스붐바’ 정현묵 럭비 담당 기자는 김영환 선수에 대해 “백스의 기본 자질인 스피드와 넓은 시야를 갖췄다”며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라 말했다. 따라서 김영환을 고려대 수비가 잘 막아낼 수 있을지가 이번 고연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 럭비부 이광문 감독은 김영환에 대해 “득점력이 강하고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라며 “김영환 선수를 잡기 위해 변칙전술을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수 기자 hotel@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