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골리가 낮은 자세로 퍽을 막고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선 수시로 선수가 교체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운동량이 많아 체력소모가 심한 종목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계속 교체되는 와중에도 굳건히 골문을 지키는 선수가 있다. 경기가 치러지는 60분 내내 높은 체력과 집중력으로 날아오는 퍽을 막아내는 포지션, 골리다.

 

  더 견고하고 두꺼운 보호장구

  골리는 수비의 마지막 관문으로서 상대편 선수가 골문을 향해 날린 퍽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퍽의 크기는 지름 7.62cm, 두께 2.54cm에 불과하지만 최고 시속은 177km에 달한다. 빠르게 날아오는 퍽을 잘못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골리는 부상을 피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퍽을 막도록, 타 선수들의 보호장구보다 견고하고 가벼운 마스크와 장비를 착용한다. 골리의 마스크는 가벼운 유리섬유와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있고, 안에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스펀지가 있어 슛을 맞았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고려대 골리 오가람(사범대 체교15, GK) 선수는 “슛을 맞아 부상당하지 않도록 헬멧으로 얼굴 전체를 두른다”며 “최근엔 방탄 소재인 ‘케블라’로 만들어진 헬멧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보호장비도 다른 포지션보다 더 무겁고 두껍다. 상체엔 갑옷 같은 ‘체스터’를 착용한다. 오가람 선수는 “골리의 상체 보호대는 몸통과 팔을 보호한다”며 “일반 선수들이 착용하는 것보다 크기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정강이에도 직사각형 모양의 보호장구인 ‘레그패드’를 착용한다. 레그패드는 골리의 고유 동작인 ‘버터플라이’를 잘 구사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버터플라이’는 골리가 무릎을 모으고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앉으며 퍽을 막는 기술이다. 이 외에도 양쪽 손에는 각각 퍽을 잡는 글러브와 퍽을 쳐내는 블로커를 착용한다. 특수 보호장구를 착용한 골리는 더 효율적이고도 안전하게 퍽을 막아낼 수 있다.

 

  공수전환 빨라 골리 역할 중요해

  아이스하키는 한 경기 동안 팀당 200~300번의 공수전환이 이뤄지는 빠른 템포의 스포츠다. 한 경기에 골리에게 날아오는 슈팅 개수도 상당하다. 넣으려는 공격수와 막으려는 수비수들이 뒤섞인 골대 앞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따라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퍽을 막아야 하는 골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오가람 선수는 “많아야 10개 정도의 유효슈팅이 날아오는 축구와 달리 하키는 적어도 20개, 많으면 40개 이상의 유효슈팅이 날아온다”며 “타 종목보다 골리 포지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골리의 선방은 고연전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 고연전 아이스하키 1피리어드 경기에선 오인교(연세대16, CF)의 강력 슈팅을 고려대 골리였던 이연승(사범대 체교14) 선수가 여러 차례 막아냈다. 2014년 고연전에선 고려대 박계훈(체육교육과 11학번) 선수의 계속된 선방 덕에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번 2018 정기고연전에 고려대 주전 골리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현섭(사범대 체교16, GK) 선수는 작년 열렸던 제37회 유한철배 전국 대학부 아이스하키대회의 연세대와의 결승전에서 여러 차례 슈퍼 세이브를 해내 우승을 견인했다. 작년 하반기 91.16%의 높은 세이브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부분 골리들은 수비 시 글러브로 퍽을 잡아내지만, 심현섭 선수는 패드로 퍽을 막는 기술에 능숙해 이번 고연전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현섭 선수는 “이번 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작년의 씁쓸한 패배를 이겨내고 올해는 팀 표어인 ‘Win the day’를 생각하며 정기전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글│곽민경 기자 zulu@

사진│고대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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