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도서관 자료보관실에서는 학생회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68%. 제50대 서울총학생회 ‘ABLE’(회장=김태구, 서울총학)이 공시하지 않은 기록물 비율이다. 서울총학생회칙에 따르면 총학은 회의 기록물을 학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총학의 기록물 관리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공시가 늦춰진 속기록이 허다하다. 고연전 이후 밀린 기록물을 업로드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총학의 임기는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총학, 공시된 기록물은 32%뿐

  서울총학은 공개해야 할 회의록 47개(중앙운영위원회·전체학생대표자회의·예결산특별위원회) 중 32개를 게시하지 않고 있다. 10월 6일 기준으로 중앙운영위원회(의장=김태구)는 37차까지 진행됐지만, 5월 29일에 업로드된 제15차 중운위 회의록이 가장 최근 게시된 기록물이다. 이외에도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예·결산특별위원회 등 서울총학 관련 기록물은 단 하나도 업로드되지 않았다. 모든 기록물을 학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서울총학생회칙 제12조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무처리세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세칙 제25조는 ‘이 회는 생활도서관을 기록물 관리기관으로 지정하여 운영한다’고 명시해 서울총학이 공개해야 할 모든 기록물을 생활도서관에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기록물을 열람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활도서관이 제공한 ‘학생자치자료 및 교외자료 목록’에 따르면, 제50대 서울총학이 생활도서관에 보관한 기록물은 전무하다.

  최치원 사범대 학생회장은 “기록물이 공개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대표자가 어떤 의견을 개진하는지 알 수 없다”며 “기록물 관리는 학생회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준 제49대 서울총학생회장은 “중운위의 경우 시의성 있는 안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며 “신속한 회의록 공개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격한 속기 기준에 ‘자승자박’

  1학기 초 중운위에선 금년도 속기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를 거쳤다. 제1차 중운위에서 김선호 공과대 학생회장은 “회의에서 나온 농담까지 포함해 최대한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제2차 중운위에서 속기 방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회의진행세칙 제7조 1항 ‘이 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를 근거로 들며 “모든 발언을 적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총학은 토씨 하나 빠짐없이 회의를 기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회의에 나온 사소한 표현이나 농담까지 모두 기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차 중운위 당시 꼼꼼한 속기 방식을 택했던 것이 되려 서울총학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속기록 작성 기준이 엄격해져 기록물 생산 및 관리를 하는 데 있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예를 들어 회의가 1분 진행되면 속기 및 복기를 하는 데 4분이 걸린다”며 “대동제나 고연전 같은 큰 학교 행사가 있으면 기록물에 신경 쓰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총학은 현재 10월 5일을 기준으로 7월 22일 열렸던 제28차 중운위까지는 기록물 복기를 완료했다. 이후 회의 참석자에게 검수를 받은 후 게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총학이 앞으로 업로드해야 할 게시물은 32개가 더 남았다. “고연전 이후에 모두 정리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상반기 전학대회 같은 경우 회의가 20시간 넘게 이어져 복기해야 할 양이 방대하다.

  학생사회에는 회의체가 많고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 효율적인 기록물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사무처리세칙 제4조는 서울총학에 효율적이고 신속한 기록물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서울총학생회칙 제11조에 따르면 중운위의 사무처리는 간소화·표준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병수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부총학생회장은 “회의록을 기록하는 일은 어머어마한 실무부담을 요구한다”며 “대표자가 어떻게 의결했고 쟁점에 대해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만 기록물에 담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녹취록을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덧붙였다.

  서울총학은 ‘기록물 관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제39차 중운위에서 기록물 관리 방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영상으로 회의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단과대별로 속기자를 파견해 주면 부담을 덜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곽민경·김태훈 기자 press@
사진출처 | 생활도서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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