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올해 고연전은 5:0 필승, 압승, 전승을 거뒀다. 야구는 임양섭 선수의 호투와 최수현 선수의 2타점 적시타로 승리를 따냈고, 농구는 주장인 전현우 선수를 중심으로 한 팀플레이가 돋보였다. 아이스하키에선 이제희 선수의 롱슛, 럭비에선 강민준 선수의 터치다운이 명장면으로 남았다. 축구는 안은산, 신재원 선수가 골을 터뜨리며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시점은 경기를 치르기 전이다. 이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좋겠지만 때에 따라선 이불킥을 차야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혼자서 행복회로를 열심히 돌려 본 희망사항에 불과하고, 스포츠는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일이 잘못되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

  나에게 고연전은 아쉬움과 희열로 기억된다. 두 해에 걸쳐 경기장을 찾았는데 한 번은 지고, 한 번은 이겼다. 지고 나서의 상실감과 이겼을 때의 기쁨을 모두 경험한 게 자랑이라면 자랑이랄까. 어찌됐건 두 번 모두 눈물이 나긴 했다. 몇 년 뒤 전설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고연전 전승을 이뤘을 때 세 번째 눈물을 흘렸다.

  고대신문 기자로 일할 당시 내 출입처는 체육위원회였다. 체육위원회는 체육과 관련된 교내 행정과 운동부 운영을 하는 부서다. 학생에게 전공이 있다면 기자에게는 출입처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다룰 수 없으니 하나를 전담하는 것이다. 체육위원회를 맡은 덕분에 나 역시 경기를 볼 기회가 많았고 나름의 안목이 생겼다. 이길 거라고 예측하면 지고, 질 거라고 예측하면 이기는 탓에 펠레의 저주를 잠시 의심하기도 했지만.

  경기를 보기 위해선 수업을 빠져야 할 때도 있었지만 “기자 있는 곳에 기사 있다”는 모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실제로 경기를 직관할 때 선수들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자가 아니더라도 직관은 누구나 ‘무료’로 할 수 있으니 이번 고연전이 끝나고 나서도 경기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졸업과 함께 내가 경험한 고연전은 하나의 기록으로만 존재한다. 이런 저런 핑계로 학교를 졸업한 뒤엔 고연전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절 누구보다 강렬하게 불태운 응원의 열기를 기억한다. 파란을 잠재우고 붉게 물든 응원석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지금 뜨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 것도 그때 맘껏 터뜨린 열정을 기억하기 때문 아닐까.

  올해 고연전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설령 이기지 못하면 어떠한가. 고연전 덕분에 우리는 여름이 다시 찾아온 듯 땀으로 흠뻑 젖었고, 목소리가 갈라져라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가을은 행복했다.

<구례한량>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