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백 걸음. 모판에 담긴 모처럼 한옥들이 빼곡하다. 오른쪽 골목을 지나 사람들을 비집고 나오면 살짝 숨이 트이는 공간이 나온다. 여기에 ‘시간을 되돌리는 문’이라 적힌 간판이 작은 틈새를 가리키고 있다.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은 간격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원두 향이 물씬하다. 통돌이로스터로 직접 볶은 드립 커피만을 고집한 가게답다. 커피 ‘익선동’은 콜롬비아, 브라질, 예가체프, 과테말라산 원두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다양한 원두가 섞인 만큼 커피 맛도 다채롭다. 고소한 향이 입안을 감싸더니 뒷맛은 산미가 풍부하다.

  커피처럼 카페에도 다양한 공간이 담겨 있다. 사색 방석이 마련된 좌식 식탁은 자줏빛 궤짝과 어우러져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장식 벽면에는 한상우 작가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천장은 마룻대와 서까래로 이뤄져 있는데, 묘하게도 천장에 걸린 샹들리에와 참 잘 어울린다. 진공관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노래는 김현철의 ‘왜 그래’였다가 곧 Brad Mehldau의 ‘Angst’로 바뀐다.

  “지나가다 끌리는 매력이 있어요.” 영등포에서 온 신다솜(여·27) 씨가 기대에 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좁은 틈 사이로 펼쳐진 너른 공간이 반전 매력이에요.” 그가 덧붙였다. 점장과 직원은 친한 친구처럼 하하 웃으며 커피를 내렸다. 로스팅 기계에 관해 묻는 손님에게는 “심심한데 잘 됐다”며 친절히 이것저것 알려준다. 즐거운 기운이 넉넉하다.

  아마츄어 작업실은 10년간 빈집이 자리하던 곳에서 문을 열었다. 문화와 사람을 담아 커피를 내린다는 이곳. 익선동 틈 사이, 아마츄어 작업실이 있다.

 

글·사진│김태훈 기자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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