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오랜 시간 홍보관을 지켜왔던 문과대 소속 학생회, 동아리가 하나둘씩 국제관으로 떠났다. 긴 추석연휴를 보내고 돌아온 학생들은 설렘을 가득 안고 새로운 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름방학부터 이사로 어수선했던 홍보관은 어느새 철거 공사가 준비 중이다.

 

  아쉬움 달래며 홍보관 떠나

  문과대 학생들은 이사 전날까지도 짐정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삿짐센터에서 받은 상자 속에 전공 관련 책과 각종 학생회 비품을 차곡차곡 넣었다. 상자와 테이프가 부족해 다른 학과에 도움을 구하러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도 했다.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다 선배들의 옛날 물건을 보며 추억에 잠긴 학생들도 있었다. 독어독문학과는 수 년 전 만들었던 새내기 새로 배움터 자료집을 찾았다. “과방에 2005학년도, 2008학년도 새터 자료집이 있더라고요. 짐을 싸면서 예전에 선배들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보는 것도 묘미였어요.” 일어일문학과 과방에선 80년대 앨범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사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80년대 앨범을 발견했어요. 이만큼 오래된 물건은 처음 보는 거라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앨범을 구경하며 신기해했죠.”

  늘 한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던 소파와 사물함을 밖으로 꺼내자 텅 빈 과방이 눈에 들어왔다. 낙서 가득한 벽과 삐거덕거리는 철제문은 다시 볼 수 없는 흔적으로만 남았다. 고은비 영어영문학과 학생회장은 홍보관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다. “제가 새내기 시절부터 드나들던 곳이잖아요. 동기들, 선후배들과의 추억이 담긴 곳을 떠나려니 시원섭섭하네요.” 일요일엔 이삿짐센터의 도움으로 상자와 가구들을 트럭에 싣고, 국제관에 새로 마련된 과방으로 향했다. 가구를 재배치하고 상자 속 물건들을 꺼내 제자리에 두는 것으로 이사는 마무리됐다.

 

  쾌적한 환경에 만족하는 학생들

  국제관 1층 카페테리아가 자치공간으로 변신하자 지나가던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힐끔거렸다. 과방이 복잡한 구조로 배열된 이전과 달리, 이제는 복도 하나를 두고 과방들이 마주보는 형태로 단순화됐다.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벽은 밝은 회색으로 통일됐다. 새 전등도 설치해 전보다 한층 환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과방을 찾아왔다. 몇몇은 아직 낯선 환경 탓에 소파에 편히 앉지 못하고 서성였다. 그럼에도 동기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즐거운지 복도로 웃음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왔다. 이동학(문과대 한문16) 씨는 동기들과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테이블 위엔 한자가 빼곡하게 적힌 전공 서적이 펼쳐져 있다. “동기들이랑 시험공부 중이었어요. 홍보관은 어두침침하고 벌레도 많이 나왔는데 여기는 밝고 깨끗해서 공부하기 좋아요.” 180도 바뀐 과방을 설명하는 이 씨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입구 유리문 앞에선 이수지 문과대 문화교류국장이 홍보관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행사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몇 년간 함께해온 홍보관이 사리지면 그리울 것 같아요. 그래도 국제관 과방이 더 쾌적하고 깔끔해서 이사 오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글│정한솔 기자 delta@

사진│조은비 한예빈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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