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저/이재룡 역/민음사

  “우리가 이미 겪었던 것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첫 구절로 시작한다. 하지만 작중 인물 토마시는 우리의 인생은 한 번 뿐이며 항상 새로운 일회성이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은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영원의 회귀와 반대로 그의 삶은 가벼움을 향해 가며 그에게 사랑이나 섹스는 깃털처럼 가볍다.

  이런 그에게 테레자가 나타난다. 그는 테레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로부터 무거움을 느낀다. 그 무거움은 사랑과 동정심으로부터 피어나 다른 여자와는 할 수 없었던 동반 수면을 가능하게 하였다. 토마시는 가벼움와 무거움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에로틱한 우정’의 개념을 내세우며 사랑과 육체간의 사랑은 다른 것이라고 테레자를 설득한다. 테레자는 그의 바람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토마시에게 동정심보다 더 무거운 것은 없었기에 결국 그는 테레자와 평생을 함께 살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단순히 ‘어떤 선택을 가볍게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가벼움이란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그래야만 한다!’에서 벗어난 것이다. 일회성으로 가득 찬 삶 속에서 ‘그래야만 한다!’라는 사회적 관습 또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당위의 덧없음을 깨닫고 행동하는 것이 존재의 가벼움이다. 토마시는 테레자와 결혼한 이후에도 그의 여성편력을 버리지 못하며, 토마시의 연인 사비나는 프란츠와 교류하지만 결혼을 거부하고 그를 떠난다.

  소설의 끝에 토마시와 테레자는 불운의 차사고로 죽는다. 프란츠는 사비나가 떠난 후 캄보디아로 의료봉사를 갔다가 죽음을 맞는다. 작가는 이들의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인생의 허망함과 존재의 가벼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소설의 배경인 ‘프라하의 봄’은 소설 곳곳에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대해 언급한다. ‘키치’로 대변되는 정치적인 것들은 그래야만 하는 것이며 무거운 것이다. 토마시는 프라하를 점령한 소련군을 혐오하지만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성명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이데올로기라는 무거움에서 벗어나 테레자와 전원생활을 즐긴다.

  그렇다면 쿤데라는 우리가 존재의 가벼움을 추구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일까? 사비나는 토마시가 테라사와 함께 살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프란츠를 그리워하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짓눌리며 괴로워한다. 삶을 가볍게 바라보는 토마시와 사비나, 이와 반대인 테레자와 프란츠는 서로가 삶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로부터 갈등하고 괴로워하며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떠난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어느 한 정답을 내려주지 않는 듯하다. 존재의 가벼움와 무거움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일 것이다.

 

박성표(식자경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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