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소라 성우는 오디오북 녹음 4년 차지만 매 녹음이 새롭고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같은 대기업들이 오디오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며 오디오 콘텐츠가 부흥기를 맞고 있다. 특히 듣는 책 ‘오디오북’이 새로운 독서 트렌드로 떠오르며 정체된 출판 산업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팟캐스트 인기차트에도 오디오북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윤소라(여‧59) 성우는 높은 퀄리티로 입소문이 자자한 오디오북 팟캐스트 ‘소라소리’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윤소라 성우를 만나 팟캐스트 ‘소라소리’와 오디오북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팟캐스트 ‘소라소리’는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나

  “소라소리는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인문학 서적을 선정해 읽어주는 오디오북이다. 소라소리를 만들 당시 책 내용을 따로 설명하거나 부분 발췌해 읽어주는 오디오북들은 많았는데, 책 전권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손에 꼽았다. 책의 모든 내용을 읽어줘 ‘완독’을 돕는 오디오북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금까지 소라소리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오디오북 팟캐스트와 달리 성우가 읽어주니까 높은 퀄리티를 자부할 수 있다는 점도 소라소리만의 차별점이다.”

 

- 오디오북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소라소리를 하기 전엔 성우로서 주로 외국 영화, 애니메이션, 라디오 드라마를 더빙했다. 하지만 더빙을 하는 캐릭터들이 너무 강하다 보니 특성상 과장된 연기를 해야 했다. 게다가 성우 시장이 침체기라 남은 활로도 별로 없었다. 협소해진 시장에서 머무를 바에야 자연스럽게 성우 연기를 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평소 좋아하던 책 낭독을 사업에 접목시켜 오디오북 쪽으로 시장을 개척해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다.”

 

- 오디오북 제작에서도 AI(인공지능)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가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음성변환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정도의 평이한 문장을 읽는 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 다만 오디오북 중에서도 특히 소설, 시 문학 작품을 표현할 때는 굉장히 섬세한 감정 표현과 연기가 필요하다. 슬프거나 기쁜 감정에도 정도가 있기 마련인데, 과연 기계가 그런 표현까지 따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미묘한 감정연기는 앞으로도 AI로 대체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 오디오북 팟캐스트를 제작하며 겪는 고충은

  “저작권을 따내기가 힘들다. 저작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한 권리지만, 아무래도 전작을 통째로 낭독하는 콘텐츠다 보니 출판사와 조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녹음하고 싶은 책과 요청받는 책이 많아도 이런 장벽에 부딪혀서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사실 오디오북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많은데, 그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콘텐츠는 아니기에 저작권 판권 해결하는 게 제일 고충이다.

  더해서 아직까지 오디오북에 대해 존재하는 반감도 신경이 쓰인다. ‘어떤 작품이든 천편일률적’이라는 반감이 생기면서 외국 영화 더빙 작품들도 거의 없어졌지 않았나. 오디오북에 대해서도 그런 반감이 굳어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눈으로 읽기 힘든 사람들도 많으니 그들에겐 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국가 차원에서 오디오북 출판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디오북은 책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지만, 교육용으로도 굉장히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글을 읽기 힘들어 학업이나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이나 노년층들에게 오디오북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투자만 있으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좋은 퀄리티의 오디오북 상품도 따라 등장할 것이고, 자연스레 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글 | 박성수 기자 yankee@

사진제공 | 윤소라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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